변화의 속도를 존중하는 혁명은 가능할까

김민준
김민준 · 글 쓰고 읽고 생각하는 20대
2022/09/07
이 이야기는 코로나가 명절 풍경을 바꿔놓기 전의 이야기이다.

명절이 돌아올 때마다 주변 지인 분들의 투정 섞인 불만들을 많이 듣는다. 특히 여성일수록 더하다. 여전히 가사노동은 여성의 몫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데, 친척끼리 모인 자리에서도 잡다한 일거리는 여성의 몫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여성주의를 접하고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처지가 어떠한지 여러 경험을 통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명절날 여자만 노동을 하는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

사실 그게 쉬운 것은 아니었다. 장남이다 보니 의무가 따라왔다. 처음으로 전을 다 부치고 나서 성묘를 다녀오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던 날은 된통 혼만 나고 그 자리를 떠나야 했다. '네가 전을 왜 부치냐'라는 핀잔은 덤이었다.

그 대신 나는 아버지가 주도하는 제사를 잘 봐두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나중에 그걸 내가 해야 한다니까. '장남의 의무'는 외가와 친가에서 동일하게 작동한다. 주방에 들어가 다른 걸 한 것도 아니고 소반을 옮기겠다고 하는 그 행동마저도 외가에서는 저지 당했다. 우리가 하면 될 것을 왜 하느냐고. 내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한 동안 외가에서는 밥상을 분리했다. 때로는 남녀로, 혹은 노소로.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투쟁을 생각하다
변화를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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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고, 다양한 이슈에 대한 글을 씁니다. 청년정책 및 거버넌스 관련해서 활동하는 활동가이기도 하고요, 정당에도 몸담고 있는 중이에요. instagram @minjun7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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