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려운 일을 내가 해냈소.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5/01
돈 십만원과 텃밭에 심을 모종 종류를 적은 쪽지를 남편에게 건네준 것은 열흘 전이었다.
"십 만원으로 모자라지 않았어요?"
"모자랐지."
얼마 모자랐는지는 묻지 않았다. 자잘하니 적은 쪽지를 모종상 주인에게 내밀고 주는대로 받아와서 옥수수가 한 판에 얼만지 곤드레는 한 판에 또 얼만지 가격은 하나도 모른다고 했다. 워낙 그런 사람이니 그런건 당연하다 생각했다.

"영수증도 안 받아 왔어요?"

안 받아 왔다고 했다. 굳이 영수증의 행방을 추궁한 건 가격이 궁금해서가 아니었다. 거기 적혀 있을 가게 전화번호가 궁금해서였다.
다른 모종은 적어 준대로 다 사왔는데 대파 모종이 안 보였다.

"대파는 어딨어요?"

그제서야 남편은, 어? 정말 대파가 없네. 하면서 잠시 생각하더니

" 그러네. 내가 차에 싣다가 깜빡하고
대파를 빠트렸네. 열흘 후에 다시 원주에 갈 일이 있으니 그때 찾아오면 되지 뭐"
"바닥에 냅두고 온 걸 열흘 후에 찾으러 간다고? 그걸 누가 기억해요. 손님이 한 둘인가?"
"왜 기억 못해! 나는 특이하게 보여서 누구나 기억 해"
어이가 없다. 모종 팔 때 얼굴 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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