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양연화', 사랑을 도덕으로 단죄할 수 있나

유창선
유창선 인증된 계정 · 칼럼니스트
2023/12/01


영원 속에 봉인된 사랑 이야기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 하지만 그 시간은 더 지켜지지 못했다.
 “그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 거기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왕가위 감독에 양조위와 장만옥이 주연한 영화 <화양연화> 얘기다.

상하이에 있는 한 건물에 두 가구가 마침 같은 날 이사를 온다. 홍콩 지역신문사 기자 차우 부부와 무역회사에서 비서로 일하는 수리첸 부부. 두 사람은 이삿날부터 우연하게 계속 마주친다. 차우는 수리첸의 핸드백이 아내와 똑같음을, 수리첸은 남편의 넥타이가 차우 것과 똑같음을 발견하고는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마침내 자기들의 남편과 아내가 서로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정은 있지만 외로웠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 다가가며 가까워진다.
차우와 수리첸 두 남녀의 만남은 통속적인 불륜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전혀 통속적이지 않다. 두 사람은 감정이 깊어질수록 절제한다. 비록 바람을 피우는 자기 배우자들과 똑같은 모습이 되었지만, 그들과 다름을 강변하려 한다.

“절대, 절대 선을 넘지 말아야 해요. 우린 그들과 달라요.” (수리첸)

영화에서는 그 흔한 러브신 하나 등장하지 않는다. 사랑하기 시작한 남녀의 웃음도 들뜬 대사도 찾아보기 어렵다.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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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시사평론을 했습니다. 뇌종양 수술을 하고 긴 투병의 시간을 거친 이후로 인생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 문화예술과 인생에 대한 글쓰기도 많이 합니다. 서울신문, 아시아경제,아주경제,시사저널,주간한국, 여성신문,신동아,폴리뉴스에 칼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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