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2/13
남편이 말했습니다. 자기가 예전에 오르간도 좀 치고 클라리넷도 불었었노라고. 그리고 취미로 불게 클라리넷을 사주면 안되는지 넌즈시 물었습니다. 저는 물론 그 소리를 귓등으로 흘렸죠. 정말 너무 좋아한다면 진즉에 악기를 끼고 살았을텐데 여태껏 그런 낌새도 없던 사람이 새삼 클라리넷이라니... 사줘 봤자 애물단지 될게 불 보듯 뻔했지요.
그러던 어느날 고주망태가 된 남편이 무슨 검은 상자를 안고 들어왔습니다. 술김에 악기점에 가서 클라리넷을 사가지고 온 것입니다. 어이가 없었지만 열심히 불겠지 했는데 정말 단 한 번도 악기를 꺼내는 것 조차 본 일이 없었네요.
클라리넷이 불고 싶었던게 아니고 클라리넷 불던 그때의 자기자신이 그리웠던 건 아닐까요. 그 악기는 그 후 어떻게 되었냐구요? 모르죠 저는. 작업실 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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