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맘살? 글살?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02/08
이른 아침 출근하는 남편을 역에 데려다주기 위해 옷을 단단히 여미고 나섰다. 답답한 것을 참지 못하는 남편은 한겨울에도 비교적 가벼운 옷차림을 선호한다. 롱패딩에 목도리까지 휘두르는 나를 보고 놀리듯 ‘얼른 겨울이 가야겠네’라며 웃는다. 

세차를 한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 차는 더러운 먼지를 잔뜩 묻히고 제법 세월의 흔적을 드러낸다.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모를 희뿌연 공기를 가로질러 남편을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겉옷을 제자리에 걸어두고 차가운 손으로 엘사를 끌어안았다. 찬 공기를 내뿜는 집사에게 ‘감히 어디?’라는 뉘앙스의 앙칼진 울음을 내뱉는다. 내 손을 앙 물고는 냅다 달아나버린다.

아이들이 일어나지 않는 조용한 아침은 잠이 많은 내게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귀한 시간이다. 물 한 잔을 마시고 식탁에 앉아 멍을 때렸다. 음악을 틀지도, 노트북을 펴지도, 핸드폰을 꺼내지도, 책을 열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시간이 낯설고 소중하다. 

종종거리며 밥을 준비하고 아이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다 아이들이 없는 시간은 내 시간을 가지기 위해 재빨리 청소를 끝낸다. 꼭 완벽하게 모든 것을 할 필요도 없는데 나는 왜 무엇에 쫓기듯 하루를 보내고 있는 걸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도 잠시 아이들이 깼고 또다시 부산스러운 시간이 흘러갔다. 블라인드를 채 걷지 않은 창밖에 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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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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