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5/30
  책에는 네 편의 한나 아렌트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1964년 독일 ZDF 텔레비전의 프로그램에서 저널리스트 귄터 가우스와 나눈 <무엇이 남아 있느냐고요? 언어가 남아 있어요>, 1964년 독일 SWR 텔레비전의 프로그램에서 요아힘 페스트와 나눈 인터뷰인 <아이히만은 터무니없이 멍청했어요>, 1970년 독일 작가 아델베르트 라이프와 나눈 인터뷰인 <정치와 혁명에 관한 사유 - 하나의 견해>, 그리고 1973년 프랑스의 프로그램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로제 에레라와 나눈 인터뷰가 <마지막 인터뷰> (한나 아렌트는 1975년 사망하였다) 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

  “... 우리는 어떤 범죄자를 떠올릴 때 범행 동기가 있는 사람을 상상해요. 그런데 아이히만을 살펴보면 실제로는 아무 범행 동기가 없었어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범행 동기라고 이해할 만한 게 없었다는 거죠. 그는 나머지 사람들에게 동조하기를 원했어요. 그는 ‘우리’라고 말하고 싶어했는데, ‘나머지 사람들에게 동조하기’와 ‘우리라고 말하고 싶어 하기’만으로도 역사상 가장 극악한 범죄가 자행되게 만들기에 충분했죠... 내가 우선 말하고 싶은 것은, 남들에게 동조하는 것-많은 사람이 함께 행동하는 데 끼고 싶어하는 것-이 권력을 낳는다는 거예요. 혼자 있을 때는 당신이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늘 무력해요. 함께 행동하는 데서 유발되는 이런 권력의 느낌은 그 자체로는 절대로 그릇된 게 아니에요. 그건 인간이 느끼는 일반적인 감정이에요. 그렇다고 선한 감정도 아니에요. 그냥 중립적인 감정이에요. 그건 단순히 하나의 현상이라고 기술할 필요가 있는 보편적인 인간적 현상이에요.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극도의 쾌감이 느껴지죠... 당신이 거기서 얻는 것은 그저 관성대로 굴러가는 것일 뿐이죠. 이런 단순한 기능에서 얻는 쾌감이, 이런 쾌감이 아이히만에게서 꽤나 눈에 잘 띄었어요...” (pp.76~77)

  스스로를 정치이론가라고 부르고 있는 한나 아렌...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책/영화/음악/아내/고양이용이/고양이들녘/고양이들풀/Spitz/Uaral/이탈로칼비노/박상륭/줌파라히리/파스칼키냐르/제임스설터/찰스부코스키/기타등등을 사랑... 그리고 운동을 합니다.
77
팔로워 4
팔로잉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