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일어날 일은 기어이 일어나고야 만다

민용준
민용준 인증된 계정 · 영화 저널리스트,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2022/12/29
시작부터 감이 왔다. <재벌집 막내아들> 16화 말이다. 병원 베드에 누워있는 이의 시점숏으로 시작되는 것을 보니 저 시점의 주인공은 15화 엔딩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진도준(송중기)일까? 아니었다. 윤현우(송중기)였다. 그러니까 15화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진도준이 1화에서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윤현우의 몸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러면 윤현우가 절벽에서 떨어지기 전 상황인가? 아니었다. 절벽에서 떨어진 윤현우를 서민영 검사(신현빈)가 가까스로 살렸다고 한다. 사실 윤현우가 살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지만 그냥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진도준이 다시 윤현우로 돌아왔다고? 지난 15화까지 진도준이 된 윤현우의 삶은 다 꿈이었다고? 그러니까 시작부터 확실히 감이 왔다. ‘이러면 이거 완전 나가리인데.’ 
 
16화의 선택은 총체적으로 의아하다. 기본적으로 1화의 말미에서 보여지는 정황 자체만 두고 보더라도 윤현우를 살려냈다는 설정 자체가 무리수처럼 느껴지는데 그걸 차치하더라도 막판에 다다라 진도준의 서사에서 이탈해 윤현우로 유턴해버린 것 자체가 돌이킬 수 없는 자충수처럼 보인다. 물론 원작 웹소설과 다른 결말을 선택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건 아니다. 애초에 캐릭터 성품 면에서 봐도 원작 웹소설에서 매칭되는 인물들과 비교했을 때 이미 어느 정도 각색된 결과인 만큼 결말이 달라지는 것 또한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납득할 수 있는 결말로 다다르면 될 일이다. 하지만 그게 참 어렵다. 기이하게도 마지막화에 이르러 수습할 수 없는 일을 더 벌이는 것처럼 보이던 <재벌집 막내아들>은 결국 모든 에피소드 안에서 가장 긴 88분의 상영시간을 소요하고도 제대로 맺지 못한 상황 자체를 덮어버리듯 끝을 선언했다.
사진_JTBC 제공
<재벌집 막내아들> 16화가 종영된 뒤 SNS상에서 십자포화처럼 쏟아지는 갖은 비난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예정된 결과였다. 하지만 그 에너지가 생각 이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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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 방송, 강연, 모더레이팅 등, 글과 말과 지식과 관점을 팔고 있습니다. 13인의 감독 인터뷰집 <어제의 영화. 오늘의 감독. 내일의 대화.>를 썼습니다. | mingun@nate.com /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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