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와 띠 이야기 - 우리가 당황한 한국사

이문영
이문영 인증된 계정 · 초록불의 잡학다식
2024/01/04
요즘 꽤나 많은 분들이 간지가 입춘에 바뀐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주팔자 보는 명리학에서 어느 날인가 나온 이야기인데, 이젠 마치 정설처럼 돌아다니고 있다. 정말 옛날 사람들은 정월 초하루가 아니라 입춘에 간지가 바뀐다고 믿었을까? 아니다.

간지는 해, 즉 연도를 표시하는 전통적인 방법이다. 당연히 달력과 함께 하는 것이고 정월 초하루가 되면 바뀐다. 조선왕조실록을 보자.
태조실록 2년 1월 1일자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은 정월 초하루 기록 상단에 간지를 표기했다. 다른 때 아무 때도 안 하는데 정월 초하루에만 표시했다. 이때 간지가 바뀐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이 원칙은 끝까지 지켜졌다.

간단한 예 하나만 더 들어보자. 최립(1539~1612)이 쓴 <간이집>에 실린 시 한 편에 이런 것이 나온다.

곧바로 새해 아침 맞이하게 되었으니 / 然後入新正
중흥의 원년(元年)이 이제 비롯되었도다 / 中興元攸揭
죽었다가 또다시 살아난 우리들도 / 我輩再生人
갑자 을축 새로이 시작해야 마땅할 터 / 亦合新甲乙

새해가 시작되면 간지가 바뀐다는 이야기다.

사주팔자 보는 사람들이 개인 운세를 입춘에 맞춰 하건, 동지에 맞춰 하건 그건 그 사람들 마음대로 해도 그만이다. 사실 아무 근거도 없는 미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가 쓰는 시간은 동경표준시라서 실제 태양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시간과는 30분 차이가 난다. 그래서 사주에서는 30분을 더해서 사주를 계산하기도 한다....
이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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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텔·이글루스에서 사이비•유사역사학들의 주장이 왜 잘못인지 설명해온 초록불입니다. 역사학 관련 글을 모아서 <유사역사학 비판>, <우리가 오해한 한국사>와 같은 책을 낸 바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역사를 시민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책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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