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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받SO] 당신이 책을 안 읽는 이유
2023/11/16
저는 세 사이의 아빠입니다. 초등학생 때는 책이라고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전교 꼴찌였죠. 공부를 안 하니까 부모님이 방에 가둬 두고 감시를 했어요. 그 시간을 버티다가 방안에 있던 300권짜리 소년소녀명작을 읽었죠. 중학생 때는 몸이 아팠습니다. 입시 경쟁에 들어갈 수도 없었죠. 그런데 논술이나 모의고사 성적이 잘 나왔어요. 4개월간 바짝 공부를 했더니 수능 전국 상위 4%. 비결이 뭐였냐고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덕분입니다.
여러분들의 답은 무엇인가요? (마지막 문항에 체크하신 분들이 많기를 기대하며) 독서문화가 좋다, 나쁘다의 문제를 넘어 독서문화가 붕괴되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거예요. ‘멸종 위기종’이 되어버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죠. 그런데 독서문화 붕괴에 따른 반작용도 있습니다. 일부이긴 하지만 독서 모임이나 작은 책방의 숫자가 느는 등 책에 대한 욕구, 독서에 대한 열의를 가진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거든요.
여러분들의 답은 무엇인가요? (마지막 문항에 체크하신 분들이 많기를 기대하며) 독서문화가 좋다, 나쁘다의 문제를 넘어 독서문화가 붕괴되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거예요. ‘멸종 위기종’이 되어버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죠. 그런데 독서문화 붕괴에 따른 반작용도 있습니다. 일부이긴 하지만 독서 모임이나 작은 책방의 숫자가 느는 등 책에 대한 욕구, 독서에 대한 열의를 가진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거든요.
독서교육전문가, 동네 책방 <공독서가>의 책방지기. 가끔 <공부머리 독서법>, <아빠가 들려주는 진화 이야기, 사람이 뭐야?> 같은 책도 씁니다.
@alookso콘텐츠 안녕하세요 저도 jay메일로 보냈습니다! 확인 부탁드려요
@노경균 안녕하세요. 담당 에디터 메일로 다시 한 번 발송 부탁 드립니다.
jay@alookso.com
@alookso콘텐츠 이메일로 연락처 보냈는데 메일이 튕깁니다...
얼룩소입니다. @현송 @노경균 댓글 이벤트에 선정되셨습니다.
editor@alookso.com 로 연락처를 보내주시면, 선물을 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승필 답변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신작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JoR
'독서가 무엇이냐'는 '인생이 무엇이냐'는 정의처럼 사람마다 달리 내릴 수 있을 겁니다. 독서를 '글을 읽는다', '지식 혹은 정보를 접한다'의 관점에서 본다면 온라인에 있는 자료들, 보고서를 보는 것도 얼마든지 독서라고 할 수 있지요. 다만 독서의 재미와 효용에 관점에서 보자면 짧은 글, 정보성 글의 한계가 다소 명확하다는 점은 말씀드리고 싶네요. 독서의 효용에서 '정보를 아는 것'은 효용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작은 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독서의 진짜 효용은 책 속에 담긴 사고 과정을 따라가는 데 있습니다. 경제학 책에서 중요한 것은 경제학 정보가 아니라(이건 그냥 기본이지요) 그 지식의 작동 원리나 이치, 그 지식을 다루는 경제학자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정보 습득을 넘어서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되니까요. 독서는 결국 책 속에 담긴 생각을 읽는 일입니다. 독서의 재미도, 효용도 다 이 '생각을 읽는다'는 독서의 본질에서 나오는 것이고요. 그런데 글 속에 담긴 생각이 너무 짧거나, 드라이한 정보가 주를 이룬다면? 유의미한 사고 과정이 되기에는 일정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겠지요.
@콩사탕나무
1.학습만화 탐독
학습만화를 못 읽게 하는 것보다 학습만화가 글책 독서를 막는 기제로 작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컬러링북 색칠, 다큐멘터리 시청이 독서가 아닌 것처럼 학습만화를 보는 것도 독서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주세요. 한마디로 학습만화를 읽고 '책 읽었다'라고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셔야 합니다. 독서와 학습만화 사이의 경계를 분명히 해주시는 거지요. 독서 시간, 독서 숙제를 할 때는 학습만화를 금지하는 등의 방식으로 글책 독서의 영역을 지켜주시면 됩니다.
2.과학잡지는 학습만화를 보는 것과 다릅니다. 오히려 지식도서 독서에 가깝지요. 어린이 지식도서는 지식을 이해시켜주는 책이라기보다는 정보를 접하게 해주는 책에 가깝거든요. 그런 점에서 과학잡지도 똑 같지요. 아무 문제 없습니다.
@Sospcoco
1.공부와 독서
초등 시기에 학원을 보내고 공부를 많이 시키면 중고등학생 시기에 공부를 잘 할까?
그런 아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습니다. 다만 통계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훨씬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초등 시기에 학원을 덜 보내고 책을 많이 읽히면 중고등학생 시기에 공부를 잘할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독서를 통해 제아무리 학습능력을 높이 끌어올린다 해도 공부를 하지 않으면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없습니다. 뛰어난 문해력을 가진 아이들 중에(국어는 무조건 1등급, 내신 보다 수능 성적이 훨씬 높은 수능형 학생)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아 공부를 안하고,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낮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어느 쪽으로 가든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는 거지요. 다만 두 가지는 실증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째, 초등 성적 자체(흔히 말하는 튼튼한 기초)가 중고등 시기 성적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는 점입니다. 문해력이 낮은 학생은 튼튼한 기초를 갖고 있어도 공부를 못하고, 문해력이 높은 아이는 (공부할 의지만 있다면)부실한 기초를 빠른 시간 안에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둘째, 문해력의 성적 지배력은 상급 학교로 갈수록 높아집니다. 초등학생 때는 문해력과 성적이 거의 상관이 없고(학습량, 사교육의 퀄리티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중학생 때는 문해력의 영향이 매우 커지고, 고등학생 때는 문해력의 지배력이 절대적이 됩니다. 고등학생의 경우 문해력이 낮은 데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아예 없다고 보시면 되지요.(앞서 말씀드렸듯 문해력이 높은 데 공부를 안 하는 학생은 있습니다.)
그리고 독서는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2.독후활동
효과적인 독후활동은 자발적인 독후활동뿐입니다. 내가 어떤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 대한 감상을 꼭 남겨두고 싶다, 그 책의 어떤 부분이 너무 좋아 필사해두고 싶다, 이 책의 지식을 내 방식대로 저일해두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할 때 독후활동은 아주 강력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그런데 누군가 시켜서 하는 독후활동은 독서에 치명타를 입히기 십상입니다. 숙제로 쓰는 독후감, 독서록 때문에 독서가 싫어진 아이는 있어도 이것 때문에 독서 효과를 봤다는 아이는 없습니다. 독서 효과의 99%는 독서 그 자체에서 나옵니다. 문해력 관점에서 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니 아이가 독서 자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속독처럼 나쁜 습관이 들지 않는지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독후활동은 아이가 스스로 책 이야기를 할 때 성심성의껏 들어주는 것, 간단하게 독서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독서퀴즈 정도입니다. 이보다 강도가 높은 독후활동은 반드시 역작용을 일으킵니다.
<공부머리 독서법> 네이버 카페에서 방학마다 하는 독서퀴즈, 슬로리딩 같은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실 거예요. https://cafe.naver.com/gongdock
@현송
독서는 향유하는 문화생활이에요. '두 가지는 꼭 지키겠다'는 각오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독서를 할 수 있어요.
첫째, 무슨 일이 있어도 2주에 한 번은 도서관에 가겠다.
한동안 읽지 않다가 다시 독서를 시작하는 분은 '책을 읽겠다'가 아니라 '책을 구경해보겠다’, ‘한번 골라보겠다’는 자세로 접근하는 게 좋습니다.
2주에 한 번 도서관에 가서 최소 30분 동안 머물면서 서가의 책들을 구경해보세요. 그리고 책을 골라보는 겁니다. 기준은 ‘좋은 책’,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니라 ‘흥미가 가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만만한 책’, ‘이 정도면 나도 읽을 수 있지’ 싶은 책을 찾는 겁니다. 그런 책을 도서관 대출증 한도를 꽉 채워서 빌립니다.
둘째, 매일 잠자기 전 딱 30페이지만 읽겠다.
그렇게 빌려온 책 중 한 권을 골라 딱 30페이지만 읽어보세요. 30페이지를 읽었는데 재미없으면 그냥 주무시면 됩니다. 다음 날, 그 다음 날도 이렇게 해보세요.
책을 고르는 과정에서 정말 ‘쉽고 만만한 책’을 고르셨다면 사흘 안에 반드시 ‘30페이지만 읽어야지’하는 생각을 잊게 만드는 책을 만나게 되실 거예요.
그렇게 30페이지를 넘어가는 책은 내처 읽으시면 됩니다. 그 책이 ‘내가 고른 나에게 맞는 책’ 이니까요. 이런 식으로 완독하는 책이 한 권 이 나오면 독서를 시작하신 겁니다.
이 루틴을 반복하는 것이 독서생활입니다. 이렇게 3,4개월만 읽으면 독서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독서능력이 향상되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의 폭도 넓어집니다. 어려운 책을 억지로 읽어서 독서가가 된 사람은 없어요. 이런 식으로 재미있는 책을 찾아 읽다보니 독서 취향과 능력이 향상되고, 그 결과 예전에는 어려워서 못 읽었던 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상태로 점점 성장하는 것이지요.
제가 세바시에서 <절대 실패하지 않는 독서 습관 만들기>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대요.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실 거예요^^
https://youtu.be/7aR7yStng0A?si=6roFk5PZ84so79Uv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대학생입니다..ㅎ 어릴 때는 부모님이 책을 엄청 사가지고 읽혀서 읽기는 읽었지만, 전 그중에서도 만화책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글보다는 그림이 이해하기도 쉽고, 직관적이니까 슉슉 읽혔던 것 같네요.. 그러다 보니, 성인이 된 지금도 독서를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유튜브 등으로 요약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일이 더 즐겁기도 하고, 스스로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 같아요. 그리고 잠자고, 학교 가고, 친구들과 놀고 집에 들어오면 쉰다고 핸드폰 하다가 잘 시간이 돼서 씻고 침대에 다시 눕고... 이러다 보니, 독서가 들어갈 틈이 없는 거죠.
그래서 일 년에 책 한 권을 완벽하게 읽는 것도 버겁더라고요... 요즘 잘파세대(?) 독서량이 이전 세대보다 많이 줄은 것 같기는 하네요... 아니면 저랑 제 주변 친구들이 독서를 다 안 하는 건지...ㅎㅎ
독서를 습관화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사석에서 이야기할 때 아는 것도 많아 보이고.
사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키우는 건 책밖에 답이 없는 걸까요?
그리고, 책 한 권을 시간 정해두고 한 번에 다 읽어야 하는 건지, 나눠서 읽어야 하는 건지.. 어떤 방법을 추천하시나요? 또, 어떤 책을 읽어보는 게 도움이 될까요? 베스트셀러 그런 건 계속 보면서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 걸까요?
(참고로 저는 소설, 에세이, 판타지 종류 말고, 정치/사회/철학 분야에 관심이 있습니다.)
@skylll
독서는 원래 자기 취향에 맞게 ‘편향’되게 하는 겁니다. 그리고 ‘편향되게’ 읽는 것이 독서 효과도 가장 강력해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몰입도가 높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아이가 지금 ‘공룡’을 좋아하고, ‘공포 동화’를 좋아한다고 해서 늙어죽을 때까지 그것만 읽는 게 아닙니다. 실컷 읽고 나면 다른 분야로 넘어가지 말라고 해도 넘어가요. 저만 해도 작년에는 뇌과학에 꽂혀 있었는데, 지금은 경제 책에 꽂혀 있습니다. 독서는 원래 그렇게 하는 것이고, 실제로 많은 독서가들이 그렇게 읽습니다. 한 분야로 편향되었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우리 아이가 지금 이 분야에 몰입해 있다고 생각해주세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균형 잡힌 독서’는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독서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입니다. ‘균형 잡힌 독서’는 저 같은 사람이 독서 커리큘럼 짤 때나 쓰는 개념이거든요. 커리큘럼은 균형이 잡히는 게 맞아요. 그런데 이 개념을 개인의 독서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균형 잡히게 읽게 되는 게 아니라 책을 안 읽게 됩니다. 흥미를 못 느끼는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꼴이니 무슨 수로 책을 읽겠어요.
@공부를잘하고싶다
1.만화와 독서
저는 만화가 상상력에 특화된, 훌륭한 대중예술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만화가 해롭다는 게 아니라 ‘독서를 하는 책’과는 아예 다른 유형의 콘텐츠라는 점입니다.
만화의 주 전달도구는 그림입니다. 말풍선과 박스 글은 보조 전달 도구이지요. 문해력은 ‘맥락이 있는 긴 글을 읽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향상되는데, 만화의 말풍선과 박스글로는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달리 말하면 '맥락이 있는 긴 글을 읽는' 독서를 할 수 없습니다.) 다큐멘터리의 자막을 읽고 문해력 향상을 기대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독서 지도 과정에서 만화를 배제해야 하는 이유는 만화가 독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좋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이 독서가 아닌 것처럼요. 그런데 많은 가정에서 만화, 특히 학습만화를 독서로 취급합니다. 이렇게 독서와의 경계가 허물어지면 책 읽으라고 하면 학습만화만 읽는 아이가 되기 십상입니다. 이런 현상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일어나는지는 휴일 도서관 어린이실만 가보셔도 한눈에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학습)만화 편향이 있는 아이는 대부분 독서를 어려워 하고, 언어능력평가 결과도 대부분 낮게 나옵니다. 속독 습관이 들어서 책을 아예 안 읽는 아이들보다도 지도하기가 더 어렵고요.
이런 현상을 막으시려면 학습만화를 보게 하시더라도 독서와 경계를 분명히 해주셔야 합니다. 독서 시간, 독서 숙제를 할 때는 학습만화를 금지하는 등의 방식으로 글책 독서의 영역을 지켜주시는 거죠.
2.잠깐 읽고 마는 아이
겉으로 봤을 때는 흥미가 갔는데 막상 읽어보니 재미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이렇게 짧게 독서가 끝나는 날이 많으면 독서가 흐지부지될 위험이 큽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하루 40분 정도 가족 독서 시간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시간을 정해 온 가족이 한 공간에 모여 40분 정도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재미없어서 책을 내려놓더라도 다른 책을 읽도록 유도할 수 있고, 가족 독서 문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독서 지도에 있어서 부모의 독서는 필수입니다.
3.독서와 글쓰기
말씀처럼 한국 사회에서 중학생, 고등학생이 독서를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문해력이 교육계의 화두가 되는 웃지 못할 현상이 생긴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문해력은 만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일주일에 서너 시간만 읽어도(수능 만점자들의 독서량이 이 정도입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벼운 능력인데, 그걸 안 읽어서 이런 상황이 된 거지요.(읽고 이해하는 게 아니라 듣고 이해하는 방식의 공부, 스마트폰의 광범위한 보급 등도 문해력 하락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물론 독서를 안 해도 글을 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잘 쓸 수는 없습니다.
책을 읽지 않는 분들은 글쓰기를 기술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논술처럼 정형화된 글은 '정해진 방법으로, 해당 내용을 넣어서 쓰면 되는 거 아니냐'라고 오해하시기 쉽지요. 그런데 글의 본질은 생각입니다. 논술 고사 심사도 내용 자체 보다는 글에 담긴 관점, 논리 전개의 수준과 방식을 통해 그 학생의 지적, 정서적 능력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가르쳐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생각의 힘에 해당하는 것이니까요. 너무나 명백하게 책을 읽지 않는 학생은 책을 읽는 학생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제가 얼룩소 하기전에는 그런대로 책을 많이 읽었는데요, 지금은 시간이 부족해서 책을 잘 못 읽고 있습니다- 낮에는 일을하고 저녁에는 얼룩소를 합니다.
저는 편독이 심해 주로 에세이 종류를 좋아하고 책을 구입할때도 에세이만 사게 됩니다. 집에 있는 책의 90%이상이 에세이 입니다.
다른 종류의 책에는 흥미를 잘 느끼지 못 한것 같아요.
다른 종류의 책도 도전해 보고 싶은데요. 혹시 좋은 접근 방법이 있을까요??
아니면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으실까요??
참고로 저는 손주가 셋 있는 할머니 입니다.
@kzoon89 카톡만 할 수 있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셋 다 책을 많이 좋아하진 않네, 싶긴 한데 하루에 한두 시간은 늘 읽어요.
@JoR
'독서가 무엇이냐'는 '인생이 무엇이냐'는 정의처럼 사람마다 달리 내릴 수 있을 겁니다. 독서를 '글을 읽는다', '지식 혹은 정보를 접한다'의 관점에서 본다면 온라인에 있는 자료들, 보고서를 보는 것도 얼마든지 독서라고 할 수 있지요. 다만 독서의 재미와 효용에 관점에서 보자면 짧은 글, 정보성 글의 한계가 다소 명확하다는 점은 말씀드리고 싶네요. 독서의 효용에서 '정보를 아는 것'은 효용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작은 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독서의 진짜 효용은 책 속에 담긴 사고 과정을 따라가는 데 있습니다. 경제학 책에서 중요한 것은 경제학 정보가 아니라(이건 그냥 기본이지요) 그 지식의 작동 원리나 이치, 그 지식을 다루는 경제학자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정보 습득을 넘어서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되니까요. 독서는 결국 책 속에 담긴 생각을 읽는 일입니다. 독서의 재미도, 효용도 다 이 '생각을 읽는다'는 독서의 본질에서 나오는 것이고요. 그런데 글 속에 담긴 생각이 너무 짧거나, 드라이한 정보가 주를 이룬다면? 유의미한 사고 과정이 되기에는 일정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겠지요.
@콩사탕나무
1.학습만화 탐독
학습만화를 못 읽게 하는 것보다 학습만화가 글책 독서를 막는 기제로 작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컬러링북 색칠, 다큐멘터리 시청이 독서가 아닌 것처럼 학습만화를 보는 것도 독서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주세요. 한마디로 학습만화를 읽고 '책 읽었다'라고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셔야 합니다. 독서와 학습만화 사이의 경계를 분명히 해주시는 거지요. 독서 시간, 독서 숙제를 할 때는 학습만화를 금지하는 등의 방식으로 글책 독서의 영역을 지켜주시면 됩니다.
2.과학잡지는 학습만화를 보는 것과 다릅니다. 오히려 지식도서 독서에 가깝지요. 어린이 지식도서는 지식을 이해시켜주는 책이라기보다는 정보를 접하게 해주는 책에 가깝거든요. 그런 점에서 과학잡지도 똑 같지요. 아무 문제 없습니다.
@노경균
1.독서량
매우 많이 읽으시는 거 맞습니다.
2.속독
속독을 독서로 보는 것은 10분 짜리 요약 영상을 보고 영화를 봤다고 여기는 것과 비슷합니다. 잘해봐야 대략의 내용을 파악하는 정도에 그치지요. 필사, 필기를 하실 정도로 강도 있는 독서를 하시니 잘 아시겠지만 독서 효용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대략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독서 효용에 들어갈 수도 없을 만큼 미미한 부분입니다. 속독의 무용함은 아이들의 독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속독 습관이 있는 아이들은 백이면 백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문해력 평가 점수가 제자리인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데 더 많이 읽고 싶다'는 것은 독서가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욕망일텐데요. '하늘을 날고 싶다'류의 즐거운 공상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공상만 해야지 진짜 날려고 하면 사고납니다. 속독을 하는 순간 독서는 더 이상 독서가 아니게 되니까요. 독서는 양이 아니라 깊이라는 점도 꼭 덧붙이고 싶네요.
3.독서와 나이
저도 공독서가에서 성인 독서모임을 하고 있는데요. 뚜껑을 열고 보니 성인이 성장기 아이들보다 훨씬 가파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책을 안 읽어서 문해력이 억눌려 있다 해도 성인은 성인입니다. 경험, 정서, 세상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다 보니 일단 책을 읽기 시작하면 독서능력이 급격히 향상되더라고요. 오히려 중요한 것은 나이보다 책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그게 어떤 책이든 '일단 판단은 보류하고 온힘을 다해 당신(작가)의 생각을 이해해보겠다'는 태도를 가진 분들은 금세 진짜 독서를 해내고, 책 한 권 한 권을 읽을 때마다 스스로를 갱신해내니까요.
4.독서편중
독서 지도 시에는 독서 편중을 문제 삼으면 안 되지만 책을 읽는 독자 스스로 독서 편중에 불만을 느낄 때는 변화를 주셔야지요. 일종의 내면적인 갈증이 생기신 거니까요. 한 30분쯤 도서관 문학 코너를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런 류의 갈증이 있을 경우 대개 서가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길을 찾을 수 있거든요(아마 어떤 책을 만나게 되실 거예요). 아니면 공독서가 줌 독서모임으로 오세요 ㅎㅎ. 강제로(?) 읽을 수 있고 타인의 독서도 접할 수 있습니다.
5.외국어 번역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걱정을 하자면 내가 쓰는 글에 번역투가 묻어날 수 있다는 정도겠는데 업무 상 글을 많이 써야 하는 게 아니라면 그 조차도 별 상관이 없지요.(솔직히 읽으시면서 어색함을 느끼시니 글에 번역투가 묻어날 걱정도 기우에 불과할 거예요.)
6.여러 책 동시에 읽기
내용에 혼선이 오거나 맥이 끊기는 것만 아니라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이렇게 동시에 읽는 독서가 분들 많아요.
@alookso콘텐츠 이메일로 연락처 보냈는데 메일이 튕깁니다...
얼룩소입니다. @현송 @노경균 댓글 이벤트에 선정되셨습니다.
editor@alookso.com 로 연락처를 보내주시면, 선물을 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Sospcoco
1.공부와 독서
초등 시기에 학원을 보내고 공부를 많이 시키면 중고등학생 시기에 공부를 잘 할까?
그런 아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습니다. 다만 통계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훨씬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초등 시기에 학원을 덜 보내고 책을 많이 읽히면 중고등학생 시기에 공부를 잘할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독서를 통해 제아무리 학습능력을 높이 끌어올린다 해도 공부를 하지 않으면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없습니다. 뛰어난 문해력을 가진 아이들 중에(국어는 무조건 1등급, 내신 보다 수능 성적이 훨씬 높은 수능형 학생)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아 공부를 안하고,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낮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어느 쪽으로 가든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는 거지요. 다만 두 가지는 실증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째, 초등 성적 자체(흔히 말하는 튼튼한 기초)가 중고등 시기 성적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는 점입니다. 문해력이 낮은 학생은 튼튼한 기초를 갖고 있어도 공부를 못하고, 문해력이 높은 아이는 (공부할 의지만 있다면)부실한 기초를 빠른 시간 안에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둘째, 문해력의 성적 지배력은 상급 학교로 갈수록 높아집니다. 초등학생 때는 문해력과 성적이 거의 상관이 없고(학습량, 사교육의 퀄리티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중학생 때는 문해력의 영향이 매우 커지고, 고등학생 때는 문해력의 지배력이 절대적이 됩니다. 고등학생의 경우 문해력이 낮은 데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아예 없다고 보시면 되지요.(앞서 말씀드렸듯 문해력이 높은 데 공부를 안 하는 학생은 있습니다.)
그리고 독서는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2.독후활동
효과적인 독후활동은 자발적인 독후활동뿐입니다. 내가 어떤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 대한 감상을 꼭 남겨두고 싶다, 그 책의 어떤 부분이 너무 좋아 필사해두고 싶다, 이 책의 지식을 내 방식대로 저일해두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할 때 독후활동은 아주 강력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그런데 누군가 시켜서 하는 독후활동은 독서에 치명타를 입히기 십상입니다. 숙제로 쓰는 독후감, 독서록 때문에 독서가 싫어진 아이는 있어도 이것 때문에 독서 효과를 봤다는 아이는 없습니다. 독서 효과의 99%는 독서 그 자체에서 나옵니다. 문해력 관점에서 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니 아이가 독서 자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속독처럼 나쁜 습관이 들지 않는지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독후활동은 아이가 스스로 책 이야기를 할 때 성심성의껏 들어주는 것, 간단하게 독서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독서퀴즈 정도입니다. 이보다 강도가 높은 독후활동은 반드시 역작용을 일으킵니다.
<공부머리 독서법> 네이버 카페에서 방학마다 하는 독서퀴즈, 슬로리딩 같은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실 거예요. https://cafe.naver.com/gongd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