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어떻게 글쓰기가 되는가

백승권
백승권 인증된 계정 · Writer & Copywriter
2023/11/07
Carlton Alfred Smith, 1888

고통과 글의 관계는 새의 부화 과정과도 같다. 고통이 일정한 크기로 자라면 뼈와 근육을 갖추면 환경이 자신의 물리적 크기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 내벽을 밀고 두드려 바깥으로 솟아오른다. 뛰쳐나온다. 빛을 향해 달려간다. 그렇게 고통은 기어이 글이 된다. 걸음마를 하고 구겨진 날개를 펴고 볕에 몸을 말리며 공기에 적응한다. 육중하고 미세한 모든 움직임 속에서 고통은 글로 자라난다. 한걸음 옮길 때마다 숨이 차고 외마디 비명을 배울 때마다 온몸이 분열하듯 떨린다. 왜 바깥으로 나왔지. 왜 알 속에 그대로 있지 못했을까. 왜 밖으로 나오고 싶어 했는지 기억에 없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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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Director & Copywriter. Author.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2018 신춘문예 당선. sk02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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