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의사의 눈으로 본 영화 <잠> ; 아기의 탄생과 가족의 변화

김영혁
김영혁 인증된 계정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입니다.
2023/10/04
오늘부터 영화 ‘잠’이 슬슬 극장에서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잠은 봉준호 감독이 인정한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고, 여러 영화제에 초청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한민국 박스오피스에서도 3주 연속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꿈과 현실이 뒤섞이는 영화라서 그런지 모호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습니다. 이런 모호한 부분을 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어떻게 보았는지 말씀드리려고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아무쪼록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제가 감독의 의도를 읽고 있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고, 단순히 저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는지 설명드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영화의 내용이 자세히 나오기 때문에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여기서 읽기를 중단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긴 글을 다 읽기 지루하신 분들을 위해 글의 마지막 부분에는 짧은 요약도 준비했습니다.


1장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보다 다른 사람을 더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을 상상해보실 수 있으실까요?

생각만해도 끔찍히게 느껴집니다. 둘만의 사랑을 다짐해놓고 다시 다른 사람을 찾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배신입니다. 배신은 단순한 미움보다 더 끔찍한 애증의 감정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친하게 지낸 유일한 단짝친구가 나보다 다른 친구와 더 친하게 지내는 것을 지켜보는 내 마음은 어떨까요? 겉으로는 별 것 아닌척 하겠지만 속으로는 소외감과 서운함을 느끼는 것도 당연할 것 같습니다.

둘만의 관계는 안정적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제삼자가 등장해서 둘의 관계가 셋으로 변한다면 안정감은 순식간에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셋의 관계에서는 내가 소외될 수 있다는 위험, 그리고 함부로 다가갔다가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위험이 있습니다.


2장


이야기를 다른 쪽으로 바꿔보겠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는 부부를 생각해 봅시다. 둘 사이는 너무 단단해서 어떤 어려움도 둘만 힘을 합하면 이겨낼...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입니다. 정신분석에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심리학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접근을 좋아합니다. 아마추어개발자로 불면증인지행동치료 앱 ‘쿨쿨‘을 개발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이 아니라 현실의 관점에서 정신분석과 심리학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5
팔로워 27
팔로잉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