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세곡
천세곡 ·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2024/09/10
지난주 주말을 앞두고 서울에는 비가 왔다. 덕분인지 낮과 밤의 온도 모두 확 내려갔다. 고작 이틀뿐이었으나 가을이라고 말하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시원했다.

  이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주말이 되기가 무섭게, 기온은 다시 30도를 돌파해 버렸다. 일교차가 제법 벌어져 아침저녁의 열기는 조금 덜하지만 한낮의 뙤약볕은 아직 건재함을 과시한다. 습도가 좀 내려간 것만 빼면, 여전한 폭염의 날들이다.

  올해 겪어내고 있는 여름은 내 기억이 맞다면 덥다는 말을 가장 많이 내뱉었던 날들이 아니었나 싶다. 끝까지 강력한 인상을 남기고 싶어 안달이라도 난 것처럼 물러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벌써 9월이 열흘이나 지났는데 가을의 문턱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간절히 기다리고 있음에도 가을은 무척 더디게 오고 있는 것 같다. 9월 중순에 폭염주의보라니.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확실하게 레전드였던 더위로 각인되고 싶은 모양이다.

  가을을 기다리는 이유는 단지 더위에 지쳐서만은 아니다. 여름은 결코 담아낼 수 없는 가을의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울긋불긋 단풍과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사이로 낙엽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풍경. 짙은 녹색의 푸르름으로 빽빽했던 여름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다.

  낙엽이 지는 나무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르익는다'는 표현이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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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오늘이 모두의 봄날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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