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뷰
Ask Me Anything
영화감독 이경미가 에세이를 쓰는 이유
2024/01/08
2018년 여름, 각별한 사랑을 받았던 에세이가 한 권 있습니다. 출간 1주일 만에 3쇄를 찍으며 화제를 모았던 영화감독 이경미의 첫 책 『잘돼가? 무엇이든』입니다. 당시 독자들은 "쓰레기를 쓰겠어! 라고 결심하니 써지긴 써진다.(144쪽)"고 밝힌 이경미 감독의 구체적인 솔직함에 크게 놀랐는데요. 이 문장 덕분에 글쓰기에 용기를 갖고 도전하게 되었다는 독자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5년 만에 개정증보판을 펴낸 이경미 감독을 <얼룩소>가 만났습니다.
2024년이 벌써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2018년부터 2023년까지는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와 공포 영화<새색시(가제)> 각본을 썼어요. <보건교사 안은영>을 촬영하는 동안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셨고 , 저는 길고양이 두 마리를 입양했지요. <보건교사 안은영> 촬영 중이라서 아버지와의 이별을 충분히 치르지 못 한 채 보내드렸어요. 개정증보판을 쓰면서 비로소 아버지를 보내드린 기분을 가질 수 있게 됐는데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미국 소설 원작으로 드라마 각본 작업을 시작했어요. <새색시> 촬영이 들어가기 전에 드라마 각본을 정리하는 게 올해 목표예요.
2018년부터 2023년까지는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와 공포 영화<새색시(가제)> 각본을 썼어요. <보건교사 안은영>을 촬영하는 동안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셨고 , 저는 길고양이 두 마리를 입양했지요. <보건교사 안은영> 촬영 중이라서 아버지와의 이별을 충분히 치르지 못 한 채 보내드렸어요. 개정증보판을 쓰면서 비로소 아버지를 보내드린 기분을 가질 수 있게 됐는데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미국 소설 원작으로 드라마 각본 작업을 시작했어요. <새색시> 촬영이 들어가기 전에 드라마 각본을 정리하는 게 올해 목표예요.
책을 다시 읽는데 깜짝 놀랐어요. 5년 전에 읽었던 글들이 너무 생생하게 떠올라서요. 오래 전 글을 다시 정리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처음 개정증보판을 제안 받았을 때는 가볍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책을 내려고 하니까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어요. 책을 이미 읽으신 독자들을 실망 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출간 이후 5년의 기록을 조금 덧붙이자고 했죠. 2년간 일기를 써서 출판사 대표님께 글을 보냈는데 작년 여름, 전체 편집본을 보는데 5년 전 제 책이 너무 낯설었어요. 그동안 여러 일을 겪어서 그런지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무슨 말을 썼는지 이해도 안 되고. 무엇보다 너무 창피했어요. 내가 왜 쉽게 생각하고 고민 없이 도장을 찍었을까? 이제 와서 못 하겠다고 하면 대표님은 충격이 크겠지? 후회했죠.
처음 개정증보판을 제안 받았을 때는 가볍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책을 내려고 하니까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어요. 책을 이미 읽으신 독자들을 실망 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출간 이후 5년의 기록을 조금 덧붙이자고 했죠. 2년간 일기를 써서 출판사 대표님께 글을 보냈는데 작년 여름, 전체 편집본을 보는데 5년 전 제 책이 너무 낯설었어요. 그동안 여러 일을 겪어서 그런지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무슨 말을 썼는지 이해도 안 되고. 무엇보다 너무 창피했어요. 내가 왜 쉽게 생각하고 고민 없이 도장을 찍었을까? 이제 와서 못 하겠다고 하면 대표님은 충격이 크겠지? 후회했죠.
마음을 바꾸게 된 계기는 사실 남편의 책 『필수는 곤란해』 의 추천사를 쓰면서였어요. 출판사에서 추천사를 부탁했고 저는 여러 차례 (정말 어렵게) 거절했어요. 그런데 남편의 책이 인쇄가 들어가기 전 날 박찬욱 감독님으로부터 문자가 왔어요. “너의 쑥스러운 맘은 알겠지만 책이 팔리기를 바란다면 너의 추천사는 필수라고 본다.”고요. 그래서 급하게 마음을 먹고 추천사를 썼죠. 왜냐하면 남편의 책 제목도 지어주시고 추천사까지 써주신 박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제가 끝까지 거절한다면, 그것은 '남편의 책에 아내가 추천사를 쓰는 일’보다 더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갑자기 용기가 생겼나요?
네, 진짜 하기 싫은 걸 하겠다고 마음 먹었더니 갑자기 용기가 생기면서 개정증보판에 관한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참 이상한 일이죠. 그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개정판 첫 장의 세 문장을 쓰는 일이었어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정말 하루 종일 썼어요. 원래는 그 자리에 '사랑하는 아빠에게'였는데 볼 때마다 너무 창피하고 거짓말 같아서 미치겠는 거예요. 정말? 이렇게 단순하게 표현해도 괜찮을 만큼 이게 나한테 지금 간단한 문제인가? 이 질문을 계속 갖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문장부터 당장 고쳐야 했는데 이게 왜 이렇게 하루 종일 걸렸냐면, 제가 아빠와 충분히 이별을 치르지 못 하고 갑작스럽게 보내드려서 정리를 못 한 채 여기까지 와서 지금의 세 문장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갑자기 용기가 생겼나요?
네, 진짜 하기 싫은 걸 하겠다고 마음 먹었더니 갑자기 용기가 생기면서 개정증보판에 관한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참 이상한 일이죠. 그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개정판 첫 장의 세 문장을 쓰는 일이었어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정말 하루 종일 썼어요. 원래는 그 자리에 '사랑하는 아빠에게'였는데 볼 때마다 너무 창피하고 거짓말 같아서 미치겠는 거예요. 정말? 이렇게 단순하게 표현해도 괜찮을 만큼 이게 나한테 지금 간단한 문제인가? 이 질문을 계속 갖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문장부터 당장 고쳐야 했는데 이게 왜 이렇게 하루 종일 걸렸냐면, 제가 아빠와 충분히 이별을 치르지 못 하고 갑작스럽게 보내드려서 정리를 못 한 채 여기까지 와서 지금의 세 문장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나의 끈기와 불만족은 아빠가 키워준 거야.
덕분에 난 무너지지 않지.
그러니까 미안해하지마, 아빠.
세 줄을 쓰고 나니까 비로소 이 책을 어떻게 완성해야 될 지 감이 왔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출판사 대표님 역시 저 세 줄을 메일로 받고 나서 느낌이 왔다고 나중에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날부터 5일 동안 첫 글부터 다시 점검했어요. 무엇보다도 신기했던 건 저는 5년 전에 책을 낼 때, 아버지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었거든요. 엄마와 동생에 비해 아빠를 상대적으로 덜 다루어서 아빠가 서운하겠거니 짐작했었어요. 그런데 다시 들여다보니까 새로 쓴 글들과 맞닿아 있는 부분들이 이미 곳곳에 많이 자리 잡고 있더라고요. 제 이야기 안에는 아버지의 자리가 이미 많이 있었어요.
힘든 시간이었겠어요.
저는 각본 작업에 깊이 빠져있을 때 몸이 아프거든요. 정말 격한 운동을 한 것처럼 몸이 아파요. 그런데 이 책을 수정하던 4-5일 동안 침대에 누우면 온 몸이 아팠어요. 아버지와의 이별에 대한 의미를 찾고 나니까 5년 전의 글들이 새롭게 보였어요. 새 글들을 덧붙이고 전체를 다시 보니까 비로소 이 책이 완성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이 나왔을 때 여러 반응들을 걱정하다가 “생각보다 사람들은 나한테 관심 없어”라는 생각을 한 후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고 하셨죠. 하지만 책을 내면 리뷰를 엄청 찾아보게 되고, 오해를 받는 게 속상해지기도 합니다. 감독님은 어떠셨나요?
별로 속상하지 않아요. 무엇이든 결심하기까지가 어렵지 결심하고 나면 괜찮아요. 그리고 이 책으로 인해서 무언가 특별하게 크게 더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없어서 괜찮아요. 그냥 살다 보면 겪게 되는 재미있고 소소한 이벤트라고 생각하자 마음 먹었어요. 어제 남편과 <씨네21> 인터뷰를 했는데 남편이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제게 일상은 창작의 중요한 영감이라는 점을 저와 살면서 깨달았다고. 그렇다면 제게 이 에세이 작업은 영감을 위한 저축통장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감을 잘 지키시는 것으로 유명하죠. 다만, 마감한 후에도 끝까지 고치는 성격이시고요.
네, 맞아요. 각본이든 책이든 마감 일을 잘 지켜요. 그런데 마감일을 맞추면서 완벽한 결과를 낸다는 야심은 없어요. 마감을 맞추고 나면 그제야 보여요. 무엇을 수정해야 되는지. 그래서 마감 일을 맞춘 뒤에 계속 수정해요. 마감을 수없이 하면서 마지막까지 수정해요. 각본을 쓸 때도 탈고를 셀 수 없이 많이 해요. 뭐든 저지르고 나야 무엇을 수습해야 하는 지 보여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챕터 '파리에서, 아녜스 바르다'가 소중해요. 이 챕터 역시 처음부터 계획한 책의 결말이 아니라 쓰다가 보니 저의 이야기가 거기에 도달했어요. 책을 다 쓰고 보니 결국 제 직업과 제 꿈에 대한 욕심으로 이야기를 마쳤다는 사실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3부를 여는 장에 이런 문구가 있죠. “영화를 시작하게 만드는 것은 머리지만, 영화를 완성시키는 것은 마음이다. 아니다. 영화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머리로 완성한다.” 지금의 생각도 동일한가요? 새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네. 그렇게 생각해요. 영화를 만드는 일은 무엇을 설계하고 작전을 짜는 일 같아요. 그래서 머리를 많이 써야 해요. 완성하기 까지 과정도 결코 쉽지 않지요. 어려운 순간도 많고 다 그만 두고 싶은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완성 시키게 만드는 동력은 마음인 것 같아요. 처음에 이것을 시작하게 만든 내 마음. 그 마음에 도달하기 위해서 미친듯 머리를 써야 해요. 새 작품을 시작할 때 어떤 생각을 하는 건 없어요. 그냥 "오래 놀지 않으려면 빨리 일을 잡아야 한다"는 일념?
영화감독이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써놓은 글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어요. 읽을 때마다 놀라요. 애증도 느껴지고, 신기할 만큼의 사랑도 느껴지고요. 2018년 서문에 “이 책의 절대적 존재 이유이자 의미인 나의 부모님”이라고 썼고, 개정판 서문에는 (성우이며 연극 연출가였던) 아빠의 유언이 실렸죠. 아빠와의 대화를 이렇게 세세하게 기억하는 딸이 있을까 놀라워요. 아빠의 말은 이경미에게 왜 이렇게 오랫동안 기억될까요?
아빠는 제게 늘 신경 쓰이는 존재였거든요. 저는 소리에 아주 민감해요. 그 감각이 제가 영화를 만들 때는 아주 유용하게 쓰여요. 제가 만든 그림에 덧붙여지는 소리를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요. 제가 소리에 민감하게 된 건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훈련된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무슨 훈련인고 하니 아빠의 숨소리, 발소리, 기침 소리, 일어나는 소리, 눕는 소리. 등등. 아빠와의 관계가 제 마음 속에서 편안하지 못 했기 때문일 거예요. 그와 동시에 아빠는 아주 믿음직한 저의 보호자였어요. 저는 자라면서 ‘내게 아주 나쁜 일이 생기더라도 나는 아주 나쁜 상황에 처하지 않을 거야, 나한테는 아빠가 있으니까’ 와 같은 믿음이 있었지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아빠에 대한 저의 판단과 입장이 바뀌어요. 지금은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아빠랑 조금 더 친해질 수 있었는데, 우리는 어쩌면 농담을 많이 주고 받을 수 있는 사이가 될 수도 있었는데 왜 나는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 했을까. 아빠는 계속 시도했었는데, 그런 아쉬움.
남편이자 영화인 피어스 콘란의 첫 책 『필수는 곤란해』 가 앞서 출간되었죠. 아내이자 독자의 응원 리뷰가 재밌고 따뜻했습니다. 본인의 책보다 더 애정이 더 큰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요. 왜 남편에게 책을 쓰라고 부추기셨나요?
피어스가 출판 제안을 받고 너무 오랫동안 고민만 하는 거예요. 그래서 하라고 부추겼어요. 이렇게 긴 시간 고민할 정도로 고민이 된다면 그냥 해라. 피어스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정말 많이 보고 분석하면서 일생을 바치고 있는데 그가 쏟아붓는 시간과 노력만큼 뜻을 나눌 수 있는 동료와 친구들을 만나지 못 하고 있다는 사실이 늘 안타까웠어요. 한국어로 피어스가 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면 조금 덜 외로워질 수 있을라나. 기대했던 마음도 있었어요.
『필수는 곤란해』에 이경미 감독님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곤란하진 않으셨어요?
그러니까 추천사를 써야 되는 제 심정이 얼마나 곤란했겠어요.
『필수는 곤란해』에 이경미 감독님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곤란하진 않으셨어요?
그러니까 추천사를 써야 되는 제 심정이 얼마나 곤란했겠어요.
주6일제를 했던 시절에 직장을 다니셨지요? 만약 영화를 공부하지 않았고 감독이 되지 않았고, 회사원으로 지금까지 살았다면 어땠을까요?
지금까지 변비로 고생하면서 살겠지요. 변비는 제가 태생부터 가진 질병이었는데 영화학교 들어가면서 거짓말처럼 없어졌거든요. (제 책에도 나오는 에피소드….)
영화를 너무 하고 싶은데, 앞이 안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남편이 영화를 너무 좋아하고 영화를 너무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에요. 지금은 평을 쓰는 기자가 됐지요. 물론 앞으로 그가 무엇이 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 그런 분들께 제가 특별히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어요. 뭔가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영원한 기쁨과 슬픔을 남편을 통해서 알고 있거든요. 한 가지 확실한 건 뭔가를 너무 좋아하는 마음은 삶을 풍요롭게 해줘요. 계속 탐구하고 새로운 걸 발견하고 싶어하거든요.
2023년에 봤던 영화 중에 최고의 작품은 무엇이었나요?
잉마르 베르히만의 TV 드라마 <결혼의 풍경>이 참 좋았어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솔직한 이야기를 도저히 못 쓰겠다, 그런데 내 삶을 글로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사람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영화를 너무 하고 싶은데, 앞이 안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남편이 영화를 너무 좋아하고 영화를 너무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에요. 지금은 평을 쓰는 기자가 됐지요. 물론 앞으로 그가 무엇이 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 그런 분들께 제가 특별히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어요. 뭔가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영원한 기쁨과 슬픔을 남편을 통해서 알고 있거든요. 한 가지 확실한 건 뭔가를 너무 좋아하는 마음은 삶을 풍요롭게 해줘요. 계속 탐구하고 새로운 걸 발견하고 싶어하거든요.
2023년에 봤던 영화 중에 최고의 작품은 무엇이었나요?
잉마르 베르히만의 TV 드라마 <결혼의 풍경>이 참 좋았어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솔직한 이야기를 도저히 못 쓰겠다, 그런데 내 삶을 글로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사람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면 써보세요. 욕망이 있다면 참아서 뭣해요,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도 아닌데 해봐야죠. 욕망이 없다면 굳이 솔직해질 필요까지는 없지만요.
1월 10일 선정된 질문자는 @칭징저 님입니다.
5000 포인트는 1월 17일 지급됩니다.
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나영 내가 의도한 반응을 얻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쓰고 만들어요. 다 저의 작전이에요.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칭징저 남편과 생각을 많이 나누는 편입니다. 저와 성장배경이 아주 다른 남편의 생각을 듣는 것을 좋아해요. 남편과 취향을 나누는 일도 즐거워해요. 남편이 제 글을 전부 읽지는 못 하지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을 것 같아요.
@gogo119 쓰면서지 고민하는 지점이 이 작품의 의도에 합당한지, 꼭 필요한 설정인지 검토하고 판단합니다.
@QOQO98 <새색시>는 오리지널 각본입니다. 대략 2년 반 정도 걸린 것 같아요. <미쓰 홍당무>는 1년 반 좀 넘게 걸렸고 <비밀은 없다>는 이전에 <여교사>라는 작품을 썼다가 그 안에서 서브 플롯을 가져와 확장시킨 버전이라서 전체 기간을 따지자면 훨씬 길게 걸렸어요. <보건교사 안은영>은 각색 작업이 촬영기간 내내 이어진 경우라서 전체 작업 기간을 계산 하기가 좀 애매해요.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를 보았습니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책으로 읽었는데 아직 영화로는 못봤습니다. 곧 보아야겠습니다. 감독님 영화를 보다보면 베시시 웃음도 나고, 상당히 재밌는 장면들이 많은데, 시나리오 작업하실 때부터 촬영하는 동안 확실히 웃음 코드를 심어서 내가 의도된 반응을 얻어야겠다 생각하고 작업하시는 편인지, 아니면 감독님의 자연스러운 세계관이 녹아든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는건지 궁금합니다. 디테일한 의상부터 얼굴이 빨개지는 설정이나 삽질 씬들, 바람피면서 서로를 기만하며 천역덕스러운 인물들이 너무 재밌습니다. 웃음은 확실히 감독님의 재능이신 것 같아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감독님 영화와 글에는 희극적인 요소와 비극적인 요소들이 잘 섞여 있어, 내 인생과 참 닮아 있는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웃기지만 안타깝고, 지치지만 다시 한 번 힘을 내보게 되는 서사를 만나게 되는 경험은 매우 보람됩니다. 그렇게 독특하고 새로운 인물 캐릭터들을 어쩜 그리 잘 표현하시는지 너무 부럽고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글로 쓰신 에세이집이나 남편 분과의 에피소드를 보면 감독님의 평소 생활 태도나 삶의 관점을 대략 엿볼 수도 있는 것 같아 흥미로웠습니다. 남편분과 관련해서 여쭙고 싶은데, 감독님 남편은 인종이나 언어적인 면에서 볼 때 우리 사회의 타자임이 분명합니다. 남편분이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관점도 이경미 감독님의 영화나 글에 어느정도 반영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글을 쓰다 검열해야 하나 고민될 때, 어떻게 판단하고 쓰세요?
앗! 고맙습니다. 이경미 감독님께 질문도 하고 답변도 듣고, 포인트도 얻고, 기분 정말 좋네요. *^^*
감독님 안녕하세요!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으로서 각색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새색시> 각색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대개 하나의 작품 각색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나요?
@바움다후 저도 초라하고 부끄러운데 계약서 도장을 찍어버려서 스스로에게 찝찝하지 않을 때까지 고치면서 쓰다보니 여기까지 와버렸습니다.
이경미 감독님 영화와 글은 섬세한 관찰과 대상에 대한 애정이 돋보입니다. 그런 영화를 만들고 글을 쓰는 감독님은 자신의 삶도 스스로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감독님 자신의 삶과 생각으로부터 출발하는 서술과 재연은 그래서 더욱 힘이 실리고 더 살갑게 느껴집니다. 욕망에 솔직해지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제 스스로의 이야기를 써보려면 너무 초라하거나 부끄러워질 때가 많습니다. 자신의 삶을 반영하는 글쓰기를 수행할 때, 이렇게 궁상맞게 되거나 과잉 낭만화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미쓰 홍당무>를 보고 난 뒤부터 공효진 배우를 더 아끼고 사랑하게 됐습니다. 평범하면서도 특별하고, 못났으나 사랑스러운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대단합니다. 감독님 영화를 보면 캐릭터들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경미 표 영화의 특징이나 면모가 분명하게 있는 듯 싶은데요. 상업 영화 제작과 흥행 시장의 여러 압력과 고통 속에서 또 여성감독으로서 자신의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과 노력이 있다면 궁금합니다. 또 글쓰기는 매우 규칙적인 리듬을 가지고 작업하신다고 하셨는데, 영화감독일 때와 에세이스트로 작업하실 때 정체성이나 역할을 구분하시는지, 혹시 그 역할에 따라 생활은 또 어떻게 달라지는지 궁금합니다.
@방아 저는 제가 만든 여자들이 그렇게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저들은 모두 자기 욕망에 충실한 사람들이라는 점과 외로운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는 각자 의 상식이 서로 맞지 않을 때 이상하다는 표현을 쓰는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다만 제게 흥미로운 인물들을 만들기를 좋아할 뿐이에요.
@JoR 무엇보다도 제일 큰 차이는 각본은 완성하고 나면 사람들에게 보여줄 생각에 떨리고 자랑스럽고 이걸 가지고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 생각을 하면 막 흥분되고 신나고 욕심은 점점 커지고 영원히 남기고 싶고 그런데 에세이는 완성하고 나면 너무 창피합니다.
@칭징저 1.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들 덕분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보고 싶은 영화와 드라마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2.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 드라마를 만들 때와 에세이를 쓸 때는 완전히 다릅니다. 후자는 제가 화자, 주인공이 되는 일이라서 좀 창피합니다. 그래서 모드 전환이 쉽지 않습니다. 저는 그냥 각본 쓰고 연출하면서 사는 게 편한 것 같습니다. ㅎ
좋은 시나리오를 위해서는 사람의 이야기 고뇌 갈등을 잘 분석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어느 영화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전 그걸 일종의 관찰형이라고 보는데
감독님은 작품을 만드실 때 관찰 연구해서 이야기를 만드시는 타입이신가요? 자기 내적인 에너지를 표현하는 것이 중점이신 타입이신가요?
그 이외에 다른 패턴이 있다면 무엇에 집중해서 만드시는지 알고 싶어요
@케이란 저는 그냥 제가 좋아하고, 보고 싶은 인물들을 만들 뿐입니다. 그것이 여성이 될 수도 있고 남성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인물을 만들 때 정치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편입니다.
감독님~ 방송이나 영상을 통해 접하면서 참 닮고 싶은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얼룩소에서 만나게 되니 정말 반갑습니다!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됩니다..
최근 여러 매체에서 남녀의 평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할때 전통적인 의미의 '여성상'.. 그러니까 가정적이고 모성애가 있으며 차분하고.. 그런 여성들을 조금 매도하거나 부정적으로 다루고 있기도 하는데요... (물론 그런 '여성상'의 틀에 맞추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성의식이죠..) 여성, 남성을 떠나 한 인간의 성향으로 평가하고 대해야 하는 것이 평등이고, 그런 입장에서는 '여성성'의 좋은 의미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감독님 안녕하세요. 갑진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양미숙과 연홍 그리고 안은영은 다들 어딘가 조금씩 이상한 여자들인데요, 그 이상함의 정도가 미숙>연홍>은영으로 점점 시간이 지나갈 수록 옅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또한 그들이 느꼈을 사회와의 괴리감이나 외로움도 좀 더 편안하게 바뀌는 것 같아요. 비호감의 정도도 훨씬 연해지는 기분이랄까요? ㅋㅋㅋㅋ 저는 처음 미숙을 봤을 땐 정말 이상하고 별로인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드니 짠하고 안쓰럽다가도, 마지막에 단정하게 머리 묶은 모습을 보면 왠지 눈물이 날 거 같고 그렇더라고요. 감독님 세계에서 이 이상한 여자들은 어떻게 시작되어서, 어떤 방식으로 캐릭터 조합이 되었고, 또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렇게 이상한 여자들의 시리즈가 계속 될 건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