져도, 넘어져도 괜찮아

미혜
미혜 · 반갑습니다.
2024/01/17
출처-Pixabay


미련스러움이 키운 아픔


당시 나는 첫 번째 출산 후 극도의 산후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전조는 충분했지만 출산이 처음인 내가 늘 스스로를 탓하던 그 미련스러움에 적신호가 가려졌던 것뿐이었다.

여러 번의 가진통을 이겨내던 어느날 드디어 진진통이 왔던 날, 15시간의 긴 진통에도 3센티 이상 자궁문은 열리지 않았다. 계속되는 심한 진통 때문인지 뱃속 아이는 물 밖을 나온 물고기처럼 파닥거렸고, 엄마의 직감으로 위험을 예감하던 그 순간 요란한 기계음이  불안정한 아이의 심장박동을 알렸다.

마음의 준비 없이 맞은 갑작스런 반신 마취 응급수술. 당시 내 정신은 원망스러울 만큼 말짱히 깨어 있었다.  다행히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아이가 무사한 걸 확인하자마자 혈압이 하강했고 호흡곤란이 왔다. 그 후유증으로 나는 수술 트라우마가 생겼고 지금도 여전히 간단한 치과 진료나 위내시경 등을 하는 병원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야 그 뿐이면 감사할 일이리라. 원하지도 않던 산후우울증과 공황장애는 투플원 셋트 상품처럼 쫓아와 나를 괴롭혔다.

모든 게 계획대로 척척 이루어 졌기에 더 믿기지 않았던 아이를 낳은 첫날, 그 순간 만큼은 세상 무엇도 부럽지 않을 만큼 행복했다. 하지만 다음날 밤, 너에겐 잠시의 행복도 줄 수 없어라며 악마가 비웃기라도 하는 듯 설명 되지 않는 불안과 공포 우울이 한꺼번에 나를 덮쳤다. 출산 후 병증으로 한층 더 미련스러워진 나는 이 모든 게 내가 나약한 탓이라며 스스로에게 무서운 칼날을 들이밀며 가족들에겐 증상을 숨겼다. 결국 가리고 덮어 키운 거대한 그놈이 나를 죽음 끝까지 극단적인 충동으로 몰고 갔다. 그제야 난 가족에게 도움을 청하고 1년 정도 정신과 약과 상담 치료를 병행하며 조금씩 병세가 나아졌다.

그런데 이렇게도 재수가 없을 수 있을까? 어릴 때부터 이미 삶은 언제나 힘든 것이며, 고통이라면 충분히 맛봤다고 생각할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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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글을 만나 여전히 서투르고 투박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본업과 여러 부업을 겸하며 뭐든 배우는 것에 큰 가치와 즐거움을 느끼고 경험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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