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맞이하는 마음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4/09/15


연휴가 시작되었다. 공식적인 추석은 17일인 화요일이지만 금요일부터 귀성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가족도 추석을 맞아 부모님 댁에 갈 채비를 한다. 평소보다 차량이 많은 명절에는 목적지까지 6~7시간가량 걸린다.

남편과 교대로 운전하고, 몇 분마다 이어지는 아이들의 "얼마나 남았어?", "다 와 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다 보면 도착하기도 전에 진이 빠진다. 운 나쁘게 정체 구간이라도 맞닥뜨리는 날엔 녹초가 된 상태로 부모님 댁 문턱을 넘는다.

황금 같은 연휴에 좁은 자동차 안에서 버티며 도로에 쏟아붓는 시간이 아깝고 비생산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내 집보다 편한 곳은 없다는 진리를 깨닫는 중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복잡한 귀성길 행렬에 동참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더 이상 고향을 찾을 일이 없다는 지인들의 말을 들으며 부모님 댁을 찾는 이 연례행사를 치를 날도 오래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모두의 평온을 빈다 ⓒ Pixabay


누구를 위한 명절인지, 구시대적인 차례 문화의 불합리함에 대해 말하라면 밤을 새우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원망과 분노를 품고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도 잘 알고 있다.

마음을 고쳐먹고 명절을 핑계로 그리운 부모, 형제들의 얼굴을 한 번 더 본다고 생각하며 평온을 찾는다. 딱히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해서 대단한 여가를 즐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해가 갈수록 연세가 드시고 허리가 좋지 않은 어머님을 대신해 몇 년 전부터는 내가 도맡아 전을 부친다. 다행인 것은 전의 가짓수가 매년 줄어들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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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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