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

재재나무
재재나무 ·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2024/02/20
 어제 너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뿌듯함으로 가슴이 벅찼다. 너와 함께 보낸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지. 너는 엄마 손에 이끌려 두 동생과 함께 나를 만나러 왔었다. 어린 동생이 둘이나 있다 보니 너를 잘 보살필 수 없다는 엄마는 저 학년은 엄마랑 공부하는 게 좋다는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굳이 너를 나에게 보냈다. 저학년 수업을 해보지 않은 나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되었다. 

 너는 행동이 재빠르고 말귀를 빨리 알아듣는 총명함이 있었다. 나의 아이가 4살 무렵이었으니 동생 돌보는 일이 일상이었던 너는 가끔 집에 있는 우리 아이와도 잘 놀아주는 든든한 형이었다. 일주일에 3번, 1시간씩 그나마 방학 때는 매일, 꼬박 8년을 보았지. 무슨 일이라도 있어 네가 오지 못하는 날에는 하루가 허전했다. 아직 내 아이를 키워 본 경험이 없던 미숙한 엄마였던 나는 너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랬던 너에게도 사춘기가 왔고 방황이 시작되었다. 온순한 성격이어서 딱히 대들거나 표가 심하게 나지는 않았지만 초점이 흐려진 눈빛이라든가 약해진 집중이 그것을 말해 주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너의 방황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물론 객관적인 상황도 많이 나빠졌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한 날은 학교에 있어야 할 네가 집으로 찾아와 엄마 대신 학교에 와 달라고 부탁했었지. 차마 그것만은 해줄 수가 없어 갈 데가 없다는 너를 밥 해 먹이고 쉬게 했다. 너는 공부가 싫고 학교가 싫다고 푸념하더니 동아리 활동은 가야 한다며 일어섰다. 중학교 때부터 방송반 엔지니어를 했던 너는 그 일 만큼은 재미있다고 손에서 놓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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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그냥 저냥 생활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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