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초 토란국

토마토튀김
2024/09/16
우리 엄마의 특성인지 아니면 충청인들의 특성인지 모르겠는데 나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네, 아니오 대답을 정확하게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말을 아예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뜨뜻미지근하게 "봐서~"라든지, '"좀만 기달려보고" 라는 말만 계속했다. 
당장 50원짜리 신호등 사탕이 먹고 싶어 죽겠는 꼬마는 엄마 지갑에서 쌀 그림이 그려진 동전을 빨리 빼서 구멍가게 앞으로 당장 달려가고 싶은데, 엄마는 절대로 그래, 알았어! 를 말하지 않는 것이다. 안 그래도 성질 더럽게 급한 나는 그게 너무 짜증이 났다. 될 때까지 한다는 심정으로 "아, 엄마아~~~~"를 외치며 몸을 배배 꼬았다. 몸을 비틀었을 때 운동화 고무 밑창이 땅바닥에 닿아 쓸렸던 살짝 타는 냄새와 촉감이 여전히 생생하다. 아니, 딸을 이렇게 성질 급한 휴먼으로 낳아놓고 본인은 그렇게 검은색도 흰색도 아니게꼬롬 말을 하시면 어쩐단 말인가. 
결론적으로 내 기억에는 엄마가 돈을 줄 때와 안 줄 때가 반반이었다. 저렇게 애타게 해 놓고 나중에 줄 때도 있었다. 그러니까, 엄마가 말하는 "봐서"는 딱 잘라 '안 준다'라는 뜻이 아니라는 거다. 더 미쳐... ㅋㅋㅋㅋ 

주말에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음식을 먹으며 글을 씁니다. 에세이집 <시나리오 쓰고 있네>, <아무 걱정 없이 오늘도 만두>, <어쩌다 태어났는데 엄마가 황서미>를 발간했습니다. 지금은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를 씁니다. 몰두하고 있습니다. 일 년 중 크리스마스를 제일 좋아합니다.
157
팔로워 219
팔로잉 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