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재나무
재재나무 ·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2023/12/01
 낫을 들고 벼를 베어 본 적이 있다. 벼를 왼손에 한 움큼 쥐고 오른손에 든 낫을 안쪽으로 베어야 한다. 벼의 밑둥을 적당히 남기고 벼를 베어야 다치지 않는다. 그러나 왼손에 욕심껏 벼를 쥐고는 익숙하지 않은 동작으로 낫을 휘둘렀을 때 칼날은 나를 향했다. 순간 무섭고 두려워 너무 많은 밑둥을 남기고는 했다.

 뭉툭한 등을 보이면서 심장이 있는 안쪽으로 구부러진 낫은 날을 숨긴다. 구부러진 등은 말 없는 위로를 하기도 하고 둥글게 마음을 안아주기도 한다. 날은 오직 나를 향한다.

 나는 뭉툭한 등을 보이면서 그 등 뒤에 있는 날 선 나를 누군가 읽어주기를 바란다. 몸을 많이 움직이고 고개를 깊이 숙여야만 나의 날을 볼 수 있다. 숨겨진 또는 숨기고 있는 날을 본다는 것은 진심이 닿아야 가능하다.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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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그냥 저냥 생활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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