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동심을 묻어두고.

연하일휘
연하일휘 · 하루하루 기록하기
2023/12/23
톡- 정수리로 떨어진 차가운 물방울 하나가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분명 차가웠는데, 어느샌가 미지근하게 식은 채 목깃을 적시는 것을 보면, 날이 풀리긴 풀리는 모양이다. 어디서 떨어진 물방울일까. 서 있는 자리 옆으로 털썩, 작은 눈뭉치 하나가 떨어진다. 지붕에 쌓여있던 눈이 녹아내리며 우연히 작은 물방울 하나로 남긴 흔적이었구나. 며칠간 세상을 하얗게 뒤덮던 눈이 바닥을 흠뻑 적시며 작별 인사를 건넨다.

처마 곳곳에서 불규칙적으로 물방울이 떨어진다. 조금만 속도를 더한다면 마치 빗소리처럼 들릴 눈의 흔적들에 채 답하지 못한 한 아이의 질문이 떠오른다.

"고드름은 왜 생겨요?"

그때는 왜 질문에 대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을까. 그러게. 왜 생기는거 같아?라는 나의 반문에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줄줄이 읊기 시작한다. 눈이 내리다가 공중에서 얼어버린 것은 아닐까. 해맑은 아이의 추측에 그저 웃었던 어제, 흘러내리는 물방울들이 추위에 얼음이 된 것이라는 단순한 답변을 해도 되었을 텐데. 창밖을 가득 메운 함박눈의 모습에 정신이 팔려 아이에게 집중을 하지 못했었다.

하얀 세상을 두고 학원에 들어선 아이들은 잔뜩 실망을 했다. 누구는 엄마 허락받고 학원 안 나왔는데. 그래서 친구들이랑 눈싸움 하는데. 아이들의 볼멘 이야기에 학원을 땡땡이 치지 않은 아이들을 칭찬해준다. 엄마아빠가 무서워서,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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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해요. 사교성이 없어 혼자 있는 편이지만 누군가와의 대화도 좋아해요.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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