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은 어떻게 딸들을 불행하게 했나 - '더 글로리' 가 숨겨둔 것들

김현성
김현성 인증된 계정 · 포동포동 고양이 힝고
2023/03/12
"핏줄이 그렇게 쉽게 끊기니?"

'더 글로리' 를 시청한 사람들에게 가장 짜증나는 대사를 몇 가지 주고 고르라고 하면 아마 이것을 고르는 사람이 제법 있을 것이다. 심지어 이 사람은 주인공 문동은(송혜교)을 괴롭힌 가해자 5인방 중 하나도 아니다. 바로 문동은의 엄마인 정미희(박지아)다. 이 대사를 처음 들었던 순간 머릿속을 강렬하게 훑고 지나가는 어떤 기억이 있었다. 故 구하라 씨가 세상을 떠난 뒤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이었다, 나는 당사자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마치 고데기로 뇌를 지지듯이 고통스럽게 흘러갔다.

우리는 더 글로리를 학교폭력과 그에 대한 복수의 이야기로 아마 기억할 것이지만, 실제로 이 작품은 학교폭력 이외에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많은 폭력을 다루고 그 폭력들에 대한 각각의 연대에 대해 상당히 폭넓게 다루는 작품이다. 단지 서사를 이끌어 가는 가장 큰 줄기가 학교폭력과 이를 대하는 주변의 무관심 그리고 18년 뒤 그것들을 상대하는 문동은의 복수극일 뿐인 것이다.

하지만 내가 더 글로리를 보고 나서 가장 크게 다가왔던 폭력은 놀랍게도 박연진(임지연)과 그 패거리가 저지른 학교폭력도, 강영천(이무생)이 저지른 살인도 아니었다. 바로 가족이라는 미명하에 저질러지는, 가족 구성원 중 통념상 자녀와 가장 가까운 것으로 여겨지는 '엄마' 들의 딸들에 대한 폭력과 가해였다. 또한 그것들이 현대 대한민국 가족이 작동하는 방식과 정확하게 하나씩 맞물려 있다는 것이 더욱 놀라웠다.

#1. 낳았기 때문에 당당하게 가해하는 자, 정미희
문동은의 엄마인 정미희, 배우 박지아,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작중 문동은의 엄마로 등장하는 정미희는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작중 최악의 빌런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박지아 배우의 신들린 연기에서 기인한 바가 크지만, 기본적으로 어딜 가든 "피할 수 없다" 라는 인식을 그의 대사로 끊임없이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심어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가족관계증명서상 부모로 등록된 자의 경우 자식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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