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으셨다니 진심으로 죄송하고, 울고 싶은데 제 뺨을 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3/04/03
점심을 먹고 통장일을 하다가  울고 들어왔다. 눈물이 줄줄 샜다. 한 낮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다행이었다. 

분기별로 대상자들에게 나눠주는 종량제봉투를 정리해서 대상자가 가장 많은 **빌라 것만 챙겨들었다.
낮시간에도 어르신들이 거의 집에 계시고, 한낮의 날씨가 더워지면서 들마루에 모여있는 분들이 꽤 된다.

통장 1년이 지나니 이제 명단의 이름만 봐도 얼굴이 떠오르는 이웃분들이다.

가기 전에 미리 전화를 드린다.  전화를 걸 때도 상대방 목소리가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근데  ㅇㅇㅇ 할머니 폰에서 '없는 번호'라고 자꾸 나왔다. 첨엔 내가 잘못 걸었나 싶었다. 번호를 누르면 저장하지 않았어도 통화를 했던 번호가 뜬다. '폰을 바꾸셨나?' 일단 가보기로 했다.

ㅇㅇㅇ 할머니는 1층에 사신다. 문을 두드렸다. 아무 인기척이 없다.  다시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문여는 소리가 들렸다. 어?
할머니는 아니고 내 또래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얼굴을 내밀었다.
 
여기 ㅇㅇㅇ할머니댁 아닌가요? 맞아요! 어르신은 계세요? 돌아가셨어요.
네? 아니 지난번에도 제가 만났는데 그러셨군요. 그래서 전화를 받지 않으신거군요. 아...(나는 잠깐 아무말도 못하고...작년에 돌아가신 엄마생각도 나고...;;) 언제 돌아가셨어요?
3월 0일에요, 저는 딸이에요. 근데 무슨일 때문에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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