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사태, 자유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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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사태, 자유 발언

30대 초등교사가 말하는 서이초 사건

원은지
원은지 인증된 계정 · 추적단불꽃
2023/07/23
에디터노트
모래알 같던 교사들이 찰흙처럼 뭉쳤다. 18일 드러난 서울 양천구 초등학생의 교사 폭행 사건과 같은 날 불거진 서초구 초등학교 2년 차 신규 교사의 죽음이 계기다. 교사들은 "터질 게 터졌다"고 했다.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현직 초등교사를 만나봤다. 
2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alookso 원은지
“요즘 고학년은 아동 학대 신고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 선생님이 방금 소리쳐서 나 지금 기분 안 좋은데, 아동학대네? 신고해야지’ 이런 식이죠. 교사 친구나 선후배와 이야기하다 보면 누구랄 것 없이 이 문제를 하소연할 때가 많아요.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하면서 사회에 나갈 준비를 도와주려고, 또 좋은 지식이나 경험을 알려주려고 교사가 된 건데, 조금만 지도하려고 하면 ‘아동학대범’ 프레임을 씌워요. 무서워서 학생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요. 교육 활동에 제약이 많다 보니, 교육자가 되려고 왜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 모르겠어요. 무력감, 좌절감이 찾아올 수밖에요.

뭘 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무력감이 강했어요. 그래서, 정말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는데, 며칠 전에 저희끼리 ‘이거 누구 하나 죽어야지, 공론화되어야 바뀌는 문제다’라고 말했어요. 힘들다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는 무력감에 했던 말인데, 정말로 젊은 선생님이 학교에서 목숨을 끊으셨다니…”


22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초등교사 A씨는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며칠 전 말이 실제 일어난 일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걸 잘 알지만, 그런데도 그 책임의 일부를 짊어지고 있다고 느끼는 듯했다. 아마 전국의 모든 초등교사가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안타까운 죽음이 자기 일일 수 있었고 자신은 그저 운 좋게 피했을 뿐이라는 부채감,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바꾸지 못했고, 그것이 결국 누군가의 희생을 낳았다는 죄책감을 모두가 마음 한구석에 담고 있었다.

충청남도에서 근무 중인 30대 교사인 A씨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광장에서 개최된 집회에 참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최근 일어난 초등학생의 교사 폭행 사건을 규탄하고 서이초 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교사 커뮤니티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집회였다. “교사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보신각 앞을 가득 메웠다. 절박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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