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제국의 역습: 콘텐츠는 우리를 과거에 가두는가

김현성
김현성 인증된 계정 · 포동포동 고양이 힝고
2022/12/30
全日은 물론 수많은 한국인의 눈물을 짜냈던 바로 그 장면.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렇게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최근 콘텐츠들을 여러 가지 접하다 보면, 트로트가 되었건 영화가 되었건 드라마가 되었건 뉴진스가 되었건 과거의 풍요를 향수로 환전하여 소비하는 시대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씩 있다.

비단 우리나라의 예시뿐만 아니라, 21세기 이후 인류가 문화적으로 추종하는 모든 트렌드에는 어찌 보면 과거의 일부분에 대한 향수가 반영돼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벨 에포크 시대에 흠뻑 젖어 있는 스팀펑크가 대표적이며, 약간 딱딱하고 냉전에 대한 공포가 서려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황금기에 대한 추억이 깃든 디젤펑크도 그러하다. 조금 더 렌즈를 최근으로 옮겨 보자면 2010년대 중후반부터 하나의 확고한 트렌드가 된 레트로 바람 역시 이 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듯하다.
스팀펑크(왼쪽)와 디젤펑크(오른쪽)을 대표하는 이미지들. 좌측은 게임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의 캡쳐이며 우측은 아티스트 GG-ARTS의 작품.
실제로 한국의 레트로(복고) 유행은 우리나라가 고도성장의 절정에 다다라 있던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를 그 배경으로 한다는 점을 볼 때, 우리 기억 속의 풍요가 그 시점에 가장 거대하게 존재했음은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지금의 시각으로 볼 때에는 분명히 다소 촌스럽기는 하지만 그 당시에는 모든 것이 우상향 선형으로 성장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 촌스러움마저도 하나의 긍정적인 추억으로 남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트로라는 단어는 ‘복고’ 라 하여 특정한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과거의 스타일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지난 글에서 잠깐 언급되었던 신원호 PD의 TVN 드라마 시리즈를 그 기점으로 볼 수 있는 대한민국의 레트로 열풍은 주로 밀레니얼 세대를 위주로 80년대 후반과 9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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