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마주한 적 있나요

이창
이창 · 쓰고 싶은 걸 씁니다.
2022/12/29

내 가슴속엔 아아! 두 개의 영혼이 깃들어서 하나가 다른 하나와 떨어지려고 하네.
하나는 음탕한 애욕에 빠져 현세에 매달려 관능적 쾌락을 추구하고,
다른 하나는 과감히 세속의 티끌을 떠나 숭고한 선인들의 영역에 오르려고 하네.
                                                                                                        -괴테, <파우스트>


  벗고 벗기는 시작점을 되새기기엔 벌써 긴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고 하여 다시금 지난 장면들을 더듬어볼 여유도 없었다. 최소한 지금은 그런 값어치 없는 일에 허비할 에너지가 내게 없는 것이다. 우린 아주 바쁘게 움직이며 빠르게 밀착하였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하였다. 허덕이는 숨소리와 교성, 신음이 벽과 벽을 부딪치며 반사되어 해괴한 울림을 줬다. 잠시 시트 위에 지독한 향수를 쏟아부은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젠가부터 비릿한 내음이 극성스럽게 코를 찔러왔다.
  버지니아 덴타타. 성기가 잘려나갈 것만 같은 고통은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그저 몸을 섞기나 하는 그녀...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leexxxch@gmail.com
32
팔로워 115
팔로잉 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