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계약을 하긴 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4)

박철현
박철현 인증된 계정 · 끊임없이 묻는 사람
2023/04/13
6년동안 매일 2천자 이상 쓰게 된 이유 (1)
오직 돈 때문에 쓰기 시작했다 (2)
어느 날 도착한, 책 내보자는 메신저 (3)
지금은 나한테만 일을 맡기는 모 재일동포 회장님이 소유한 건물. 얼마전에 이 건물의 도색/방수 공사를 문제없이 끝냈다. (박철현 촬영)

그렇게 7년만에, 2017년 12월쯤에 출간 계약을 맺고 선계약금 100만원을 받았다.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는 칼럼 원고료를 포함해 한 세달 정도는 적자생활을 면하게 돼 안도의 한숨을 내쉬긴 했는데, 이내 신문 칼럼이나 페이스북 포스팅을 할 때와는 전혀 다른 막막함도 동시에 느꼈다.

편집자는 타국에서 네 명의 아이를 키우는 내용을 담아보자면서, 당시 경향신문에 연재중인 칼럼을 중심으로 엮어보자고 했다. 그것엔 동의했다. 문제는 당시 내가 쓰고 있었던 경향 칼럼들이 '프리핸드'였다는 점이다.

주제가 딱히 있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내가 느낀 것을 썼기 때문에 애들 이야기만 나오는 게 아니다. 즉 책을 내기 위해서는 거의 3분의 2이상을 새롭게 써야만 했다.

일본어로는 '가키오로시'라고 하는데, 전업작가들(에세이스트를 포함한)에게도 아예 처음부터 새롭게 글을 쓰는 작업은 보통 일이 아니다. 물론 나같은 경우 경향칼럼에서 1/3 정도는 가져올 수 있으니 그나마 낫다. 하지만 대신 7년이란 공백이 있다. 전업작가들과 비교해보더라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된 거다.

실제로 책 계약을 맺은 후 페이스북이나 오프라인에서 알고 지내는 작가들에게 상황이 이리 돼서 거의 새로 써야 한다는 말을 할 때마다 다들 "와, 그거 진짜 힘든데... 너 이제 아무 것도 못하고 원고에만 매달려야 겠다"라고 걱정하는 이들이 매우 많았다.

그래도 뭐 일은 손이 하는 거란 말이 있듯 쓰는 거야 매일 2-3천자씩 엉덩이 딱 붙이고 써 내려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출간계약을 맺었던 그 때가, 지금 내가 하고...
박철현
박철현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소설가, 칼럼니스트.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 <어른은 어떻게 돼?>, <이렇게 살아도 돼>,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쓴다는 것>을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본업은 노가다.
16
팔로워 197
팔로잉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