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마리아, 지중해 - 반 고흐가 남쪽으로 간 까닭은 (2)
2023/04/23
책 무더기 속의 빈센트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뭔가 렘브란트스러운 게 있어. 미쉘레에게선 뭔가 코레지오나 (델) 사르토 같은 점이 있고 빅토르 위고는 뭔가 들라크르와 같지. 비처 스토우에겐 뭔가 아리 쉐퍼 같은 점이 있고 존 버니언은 뭔가 마티스 마리스나 밀레스러워. 말하자면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사실이랄까. 물론 그를 제대로 읽는 법을 알아야 알 수 있는 거지만.”
- 빈센트 반 고흐가 퀴엠에서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1880년 6월 22일에서 24일경)
지중해의 마을 생트 마리는 ‘마리아 전설’이라는 프랑스 가톨릭 기원 이야기 위에 지어진 마을이다. 이런 문학적 특징은 빈센트 반 고흐의 중요한 성향과 닿아 있다. 바로 그의 문학성이다. 그는 다독가이자 생산적인 문필가였다. 모국어인 네덜란드어는 물론 영어, 불어, 독일어로 된 책을 자유롭게 읽었고 그 언어들로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다. 그가 생전에 보낸 800통이 넘는 편지는 그가 얼마나 문학적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는 깊이가 남다른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고 시대를 앞선 통찰력을 지녔고 무엇보다도 달필이었다.
그가 그린 그림 중, 책 그림이 제법 있다는 것도 그의 문학적 소양을 보여준다. 단순히 책의 외형을 정물로 삼은 그림뿐 아니라 책 내용을 그리기도 했다. 그가 사랑해 마지않은 소설인, 기 드 모파상의 ‘벨아미(1885)’가 좋은 예다. 여동생에게 한 권 구해서 보내주겠다고 추천할 정도로 반 고흐는 이 소설을 사랑했다. 심지어 생 레미 정신 병원에 입원해 있던 어두운 기간에도 그의 병상 옆 협탁을 지킨 책 중 하나였다. 이 책은 그가 파리 시절에 그린 ‘석고상, 장미, 두 권의 프랑스 소설이 있는 정물(1887)’에는 그 책의 외형이 나오고 아를 시절에 그린 풍경화 ‘밤의 카페 테라스...
남다른 광고를 하기 위해 미술사를 전공했다. 남다른 미술사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일반 역사를 배웠다. 젊은 척하는 광고 카피를 쓰고 늙은 척하는 평론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