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끝까지 읽게 하려면, OO을 놓치지 말 것

©경향티비

책 좀 읽는 독자들이라면 열독하는 뉴스레터가 있다. <경향신문> 김지원 기자가 ‘김스피’라는 이름으로 발행하는 인문교양 뉴스레터 ‘인스피아’. 2021년 8월 뉴스레터를 론칭한 김지원 기자는 “서펑과 칼럼, 에세이, 편지 사이의 어디쯤”을 생각하며 ‘인스피아(INSPIA)’를 만들었다. 매체명을 전면으로 내세우지 않은 건 ‘기사 큐레이션 방식’의 뉴스레터가 아닌 독자 입장에서 ‘재밌고 읽고 싶은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첫 단독 저서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을 펴낸 김지원 기자를 서면으로 만났다.

📌 글의 퀄리티와 텐션이 중요하다 

 단독 저서로는 첫 책이다. 어떻게 나오게 된 책인가?
 
유유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 ‘보름유유’의 인터뷰이로 참여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출간 제의를 받았다. 처음엔 '뉴스레터를 쓰는 법'을 쓸까 고민했는데 '인스피아의 발행인은 책을 어떻게 읽는가' 쪽에 독자들의 관심이 더 있을 것 같았다. 가제는 '도구로서의 책 읽기'였는데 이 가제는 책의 3장 제목으로 들어갔고, 전체적인 글 맥락에 맞춰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책이 나왔다.
 
책의 부제가 ‘사람들이 읽기를 싫어한다는 착각’이다. 요즘은 긴 글을 읽지 않는 시대 아닌가? 그런데 ‘인스피아’는 꽤 긴 분량의 뉴스레터다.
 
단순히 기사 큐레이션을 하는 레터보다는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레터를 만들고 싶었다. 시의적인 사건을 다루는 일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파편화된 소식과 반복되는 소모적인 논쟁과 사건에 매몰될 경우 깊은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는 사라진다. ‘인스피아’는 호기심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상적으로 궁금증을 느끼는 것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 보자’는 태도다. ‘야근해서 피곤한 독자, 출근길에 사람으로 붐비는 지하철에서 글을 보는 독자’들도 마음 편하게 열어서 빠져들어 읽을 수 있을만한 글을 쓰는 게 목표다. 그래서  ‘인스피아’의 모토가 ‘뉴스 요약보다는 한번에 하나의 깊은 영감을 드립니다’다. 
 
‘김스피’라는 이름으로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는데 책은 본명을 사용했다. 
 
뉴스레터를 처음 발행할 때 굳이 닉네임을 쓸 의도는 없었다. 다만 뉴스레터가 어느 정도 안정된 뒤 후임자에게 넘겨주거나 라이터가 추가되는 모델을 고려하고 있어서 '팀'같은 느낌의 익명성을 부여하기 위해 닉네임을 사용했다. 책을 낼 때도 '김스피'가 더 친숙할 것 같아 고민했지만, 궁극적으로 뉴스레터 구독자뿐 아니라 많은 분께 말을 거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본명을 썼다. 
 
5천 명 이상의 구독자가 레터를 받아 보고 있다. 성장 과정을 소개한다면. 
 
초반에는 지인, 회사 동료 30명으로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했다. 회사 플랫폼에 의지하지 않고, 사실상 1인 매체로 론칭했기 때문에 마중물 독자를 구하는 게 관건이었다. 고민 끝에 출판사 100곳 정도에 ‘인스피아’ 뉴스레터 론칭을 알림 겸 신간 보도자료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 이때 출판계 분들이 조금 들어오셨고 SNS를 통해 알게 되신 분들이 추천해주셔서 약 한 달 만에 200~300명 정도가 모였다. 
 
뚜렷하게 구독자 수가 늘어난 계기가 있었나? 
 
그래프를 보면 신기할 정도로 평탄한 편이다. 뉴스레터는 별도의 알고리즘이 없어 유튜브, 틱톡 등처럼 '알고리즘의 추천'이 중요하지 않고 대부분 검색, 추천, 입소문 등을 통해 직접 찾아오는 분이 많기 때문이다. 뉴스레터는 워낙 몰입, 충성도가 높은 매체라 단순히 광고를 통해서나 운 좋게 구독자들이 유입이 된다고 해도 그분들이 계속 봐주시지 않으면 오픈율이 떨어지거나 이탈이 많아지기 때문에, 구독자 숫자보다 글의 퀄리티, 텐션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한 많은 레터 발송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국내 뉴스레터 플랫폼의 경우, 구독자 수에 비례해 이용요금이 올라가는 구조라서 레터를 구독해도 오픈하지 않는 허수가 많으면 발송 비용이 높아져서 무료 레터라면 무조건 구독자 수가 많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다. 
 
구독자들의 성비, 연령대는 어떤가? 
 
두세 번 정도 설문조사를 했는데 남녀 성비가 5:5에서 4:6 정도 되는 것 같다. 연령대는 아무래도 20~40대가 가장 많은데, 고 연령층대 구독자들의 피드백도 종종 받는다. 수십 년간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시다가 퇴직하신 분,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어떻게 살지 고민이라는 분, 실버 문화가 궁금하다는 분들이 있었다. 
 
오픈율이 가장 높았던 제목은 무엇인가? 제목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오픈율 역시 평탄한 편이다. 딱히 엄청 높고 엄청 낮은 적이 없다. 좋게 말하면 '인스피아'라는 것만 보고 그냥 일단 눌러보시는 분들이 있다는 거고, 반대로 말하면 다소 제목들이 심심하다는 의미일 거다. 처음 뉴스레터를 시작하기 전, 몇 개월 정도 50여개 눈에 띄는 뉴스레터들을 받아봤다. 그런데 결국 몇 달이 지나니까 뉴스레터 제목보다는 보낸 사람을 보고 레터를 클릭하게 되더라. 포털에서는 후킹한 제목이 가장 중요한데, 뉴스레터는 '일단 이 사람이 보낸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느낌으로 열어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애초에 같은 제목이라도 이 사람이 보낸 것만큼은 반드시 눌러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글의 퀄리티 자체에 더 공력을 쏟았다. 예를 들어 '능력주의'라는 흔한 키워드를 써도 '이 사람은 이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라는 마음으로 두근대며 들어올 수 있게. 
 
글을 끝까지 보게 하는 노하우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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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뉴콘텐츠팀 소속 김지원 기자입니다. 인문교양 뉴스레터 인스피아 발행인(2021~) 저서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2024), <책에 대한 책에 대한 책>(2023,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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