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재재나무
재재나무 ·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2024/03/03
어제 만난 독자는 나의 서사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내 서사를 모르니 시를 온전히 시로 읽었을것이다. 그녀가 시집을 한 권의 소설처럼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고 했다. 자기도 왜그런지 모르겠다면서…
그녀의 여러 눈물지점 중 하나가 '산책'이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했다.

산책
/정리움

잎과 잎이 손을 잡고 숲을 이루었다
간격이 좁은 나무들의 옆구리에 바람이 깃든다

비가 와도 빛은 구름 뒤에 있는 거지
없어지는 것은 없다

천만 가지 생각으로 도열한 나무들
늙은 칸트씨가 나를 흘깃 쳐다본다
얼굴을 가린 마스크가 휙,
나는 나무들 쪽으로 비켜 걷는다

모퉁이를 돌아서자 빛이 정면으로 꽂힌다
선명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지나온 길, 나를 뚫고 간 길
내가 머문 바람, 나를 불고 간 바람

나는 언제부터 나였을까?
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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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그냥 저냥 생활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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