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꿈을 먹습니다.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6/23
불을 켜도 혹은 불을 켜지 않아도 되는 아침입니다.
이곳은 어제 저녁이 되자 쏟아지던 빗줄기는 점점 가늘어지더니 이젠 멈춰버렸습니다. 
   
잠시 선풍기를 켤까 망설이다가 생각을 접습니다. 생각 없이 열어둔 창가로 비가 조금 들이치긴 했지만, 그 자리도 이젠 모두 말라 있습니다.
   
지구는 싱그럽고 선선한 여름날을 택배로 보내왔습니다.
이상 기온으로 끓어오르는 곳을 뉴스로 접하긴 했는데 아직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여유롭기만 합니다. 큰 길가에 정차된 트럭이 스피커를 통해 딱 세 마디를 한없이 반복합니다. 
   
복…. 숭....아..
   
돌아본 곳으로 산처럼 쌓인 복숭아들의 얼굴과 눈을 맞춥니다. 
복숭아가 나왔구나.
   
어릴 때 살던 곳의 옛 지명은 소사였습니다.
숲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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