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돈 좀 꿔 줘

토마토튀김
2024/02/10
사소한 오해로 몇 년 동안 연락이 끊겼다가 작년 추석 무렵 연락이 된 동생이 있다. 좋은 차 타고 잘 나가던 녀석이었는데 이런저런 안 좋은 일 겹쳐서 고전하고 있었다.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고 해서 나는 하루 일과 마치고 저녁때 그 녀석 있는 곳으로 가서 잠깐 만났는데, 일 나가기 전인데도 이미 얼굴이 벌겋게 술에 절어있었다. 그리고 살도 너무 많이 빠지고. 아니, 저 상태로 어떻게 밤새 일을 하려고? 24시간 돌리는 음식점이라 너무 많이 힘들 것 같은데. 
어찌어찌하다가 이렇게 됐다는 이야기만 실컷 듣고 왔다. 

어제는 명절 연휴인데, 아내하고 애 셋 식구들 저 밑에 지방에 떼어두고 혼자 있을 것 같아 전화해 봤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그런데 술에 취해서 그랬는지 십만 원만 꿔달란다. 노래방에 가야 한다고. 이게 농담이야, 진담이야. 나는 싫어! 하고 외쳤다. 그런 돈이면 못 줘. 
그런데, 오늘 또 멀쩡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십만 원을 꿔 달란다. 이십만 원이면 더 좋겠지만... 그러면서 하는 말. 

"누나 십만 원은 있지? 나 그렇게 됐어." 

기분이 이상했다. 일단 계좌번호는 달라고 했는데... 정말 계좌만 덜렁 왔다. 
얘가 옛날 그 사람 같지가 않았다. 아니면 내가 몰랐던 사람을 이제야 알게 된 건가. 돈이 너무 급하면 이렇게 경우 없어지기도 할 것이다. 안다. 이해한다. 


나도 정말 어려웠을 때 십만 원, 이십만 원도 아쉬워서 도움 받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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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으며 글을 씁니다. 에세이집 <시나리오 쓰고 있네>, <아무 걱정 없이 오늘도 만두>, <어쩌다 태어났는데 엄마가 황서미>를 발간했습니다. 지금은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를 씁니다. 몰두하고 있습니다. 일 년 중 크리스마스를 제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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