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드라마 [더 글로리]의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거의 없습니다. 스토리를 설명해야 하는 내용이 있다면 최대한 피해서 설명하고자 노력했으므로, 읽어도 드라마 감상에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장안의 화제인 드라마, [더 글로리]의 시즌 2를 밤을 꼴딱 새며 다 감상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정말 보기 싫었지만 김은숙 작가님이 워낙 잘 만들어서 끔찍하고 괴로운 장면도 삼키고 보도록 만들어졌다. 

과연, 정말로 드라마는 잘 만들어졌다. 현실에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적인 복수가 나오든, 현실적으로 복수가 실패하거나 복수해도 행복하지 못하는 결말로 나오든 분하고 억울해서 폭음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너무 성공적인 복수, 내가 열번 죽었다 다시 살아나도 못할 복수로 마무리하니 제대로 복수를 하지 못하는 내 처지를 비관할 생각도 안 들더라. 

김은숙 작가는 혹시 자신이 썼던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엔딩도 주인공들이 갑자기 쇼펜하우어로 변해서 맨하탄 계획을 만주의 조선독립군이 성공해서 일본에 핵폭탄을 터트려서 독립을 쟁취하는 엔딩도 만들었을라나? 암튼 학교폭력의 괴로움과 고통은 무슨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처럼 표현하면서도, 엔딩은 무슨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허황되게 만드니 다행이 학교폭력 피해를 회복하지 못하는 나의 처지를 비관할 기분도 들지 않았다.

그런데, 드라마 밖의 현실의 사정이 드라마를 완성시키는 사건이 생겼고, 드라마에 대해서도, 학교폭력의 해결법에 대해서도 아무런 이야기를 하고싶지 않았던 내가 이야기를 얹을만한 내용이 한번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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