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2] 이런 장난 재미없어

율무선생
율무선생 · 사회는 빛과 그림자의 산물이다
2023/06/16
"나 너 좋아해"

"뭐? 장난치지 마. 이런 장난 재미없어."

정색을 하며 학교 복도를 지나갔던 것이 생각났다. 그 아이는 내가 본 중학교 남자아이들 중에서도 가장 미남이었다. 그저 그렇게만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A는 키가 작고 체형이 다른 남자아이들보다 작았다. 그래서 나는 이걸 가지고 못된 폭력을 행사했다.

"너 언제 키 클래? 나보다 크려면 멀었네~"

A는 꽤 운이 없었다. 하필이면 당시 천둥벌거숭이 원숭이기질을 보이던 나와 같은 반이었다. A와의 인연은 그렇게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이어지게 되었다. A는 놀림에 응하겠다고 나를 때린다거나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았었다. 다만 혼자 분에 차올라 나를 보며 책상을 퍽 치곤 하였다. 그럴때마다 '아 너무 놀렸나' 하고 자제를 하다가도 또 한 번 장난을 치고를 반복했다. 남자애들은 이런 우리 사이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던 것이 생각난다.

"야, A 화나면 무서운데 너 안 맞았냐?"

"아니? 쟤가 왜 무서운데?"

"...아니다."

"왜 뭔데?"

남자애 말은 이러하였다. A의 체구가 작고 약해 보여도 힘이 너무 세서 일진 애들도 안 건드린다고. 심지어 지난번엔 자길 놀리는 다른 여자애를 때려서 울렸던 적이 있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꽤 의외란 생각이 들었다. 
여지껏 A의 눈치를 봐가며 놀렸던 나는 운이 좋았던걸까 하며 그냥 넘겼던 것 같다.

"야, 쟤 왜 저러냐 ㅋㅋ"

친구의 말에 급식을 먹다 고개를 돌렸다. A가 급식을 엄청난 속도로 허겁지겁 많이 먹고 있는 걸 보게 되었다. 주변 아이들은 이미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섰는데, 그 친구만 밥을 더 받아서 먹고 있던 것이다. 그 장면도 '그냥 배고픈가보지' 하고 넘겼다.

어느 순간부터 A와의 사이에 알 수 없는 벽이 생겼다. 자세히 기억은 나질 않지만, 적어도 이 친구와 고등학교가 달라진 이후부터는 그 어떠한 연락도 주고 받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20살이 되었다. 수능이 끝난 무렵, 중학교 동창 중에서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다' 라는 말을 깨게 만들어준 남자인 친구에...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사회적 현상과 변화를 알기 쉽게 다룹니다. 언론의 순기능으로 산출된 유익한 글을 기고하며, 질문합니다.
609
팔로워 230
팔로잉 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