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 들어봤어요? 원래는 이렇죠. 여우가 포도나무 아래를 지나다가 먹음직한 포도를 발견해요. 그런데 높이 달려 있어서 아무리 애를 써도 따먹을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에이, 저건 신포도라 먹을 수 없는 걸 거야.’ 이런다는 거죠. 자기가 이룰 수 없는 목표는 가치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무능력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무엇인가를 이루려면 좀 더 노력해야 하는 거지 해보지도 않고 자기합리화하면서 쉽게 포기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담고 있어요.”

“현대판 이야기는 반대의 교훈을 담고 있나요?”

“그렇습니다. 여우는 모두가 따 먹고 싶어 하는 바로 그 포도를 무척 노오오오~력해서 결국 따먹습니다. 주위에서는 박수갈채를 보내지요. 대단하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여우에게 고민이 생깁니다. 아주 죽을 힘을 다해 따먹은 그 포도가 정말 신 포도였던 거예요. 그것을 내뱉으려는데 여우의 노력과 '보이는 영광'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겁니다. 고민 끝에 여우는 그 신 포도를 정말 단 포도처럼 맛있게 먹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칭찬과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는 겁니다. 그렇게 계속 신 포도를 따먹던 여우는 위암에 걸려서 고통스럽게 죽어요. 죽으면서 후회하지요. 자기가 바랐던 것이 아닌 줄 알았을 때 그만 두었어야 했는데.”

“그러니까 남들의 기대와 칭찬에 길들여진 행동으로 일관했던 여우의 불행에 대한 이야기로군요. 이렇게 보면 옛날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우가 현명했던 거고요.”

“그렇죠. 옛날 이야기는 여우를 헐뜯은 이야기였을지도 모르죠. 포도를 따지 못한 여우의 진짜 생각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았겠어요? 그런데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 고정관념에 맞추어 여우의 ‘속마음’을 마음대로 조작한 거죠. 실제로는 여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