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사고실험의 시네마적 완성

이재민
이재민 · 웹툰 읽고 글 쓰는 사람
2023/09/01
* 알림: 이 글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일부 주요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포스터(출처=롯데엔터테인먼트)
웹툰작가 김숭늉은 데뷔작 <온퍼레이드>부터 <유쾌한 왕따>, <사람냄새>, <토끼대왕>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지금'의 종말이 오면, 우리는 '지금'과 달라질 수 있을까?

이 질문은 김숭늉이 전 지구(<온퍼레이드>), 고시원(<사람냄새>), 교실과 사람(<토끼대왕>)에 이르기까지 반복된다. <유쾌한 왕따>에서는 학교와 동네, 그 중에서도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김숭늉의 작품은 그래서 일종의 사고실험이다. 말하자면 '이렇게까지 '지금'이 망가진다면?'을 장소와 사람을 바꿔가며 질문을 던지는 셈이다.

그리고 김숭늉은 모든 작품에서 비슷한 답을 내린다. "인간의 답은 결국 인간이지만, 인간은 결코 인간을 택하지 않는다." 개인은 인간을 택할지 모르지만, 집단은 그렇지 못해서 우리는 망해갈 것이라는 말처럼 들린다. 그의 작품이 묘하게 시니컬하고, 어딘가 비관적으로 읽히는 건 바로 이 정서 때문이다.

여기서 김숭늉이 질문을 던지는 '지금'은 우리의 삶이 존재하는 공간, 그러니까 현실세계다. 김숭늉의 작품은 현실세계에서 비현실적인 상황이 벌어지면서 시작한다. 취준생, 왕따와 방관자,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실패하고 알바하며 고시원에 사는 남자, 학교폭력 생존자. 우리 주변에 있을법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일상이 깨지는 순간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유쾌한 왕따> 1부. 출처=김숭늉 작가
그래서 그의 극 자체는 시리즈를 연결해서 보았을 때 나오는 비관적인 정서, 주인공 일행이 겪는 '답 없는 불행'의 시간을 청년으로 2000~2010년대를 살아온 김숭늉 작가의 세상을 보는 시각을 담은 그릇이라고 할 수 있다. 답 없는 상황에서 인간군상의 '밑바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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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과 콘텐츠를 보고 글을 씁니다. 2017, 2019 만화평론공모전에서 수상했고, 웹툰 웹진 웹툰인사이트에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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