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혁명의 날에 읽는 ‹북해의 별›, 피와 수난의 낭만주의에서 혁명으로

박인하
박인하 인증된 계정 · 만화평론가, 만화연구자
2023/04/19
 피와 수난의 낭만주의에서 혁명으로

“5년간 시시각각 변해가는 내 만화표현이 그대로 담겨있다.”

1995년 김혜린이 ‹북해의 별›(팀매니아)을 재간하며 쓴 ‘작가의 말’이다. 데뷔작을 5년에 걸쳐 2,400쪽 분량의 장편을 데뷔작으로 완성한 작가의 마음이 읽힌다. 1권에서 거칠었던 선은 점차 섬세하게 변화한다. 인물과 배경은 섬세한 선을 활용해 세부 묘사가 충실해 진다. 연출도 시간의 흐름만큼 많이 달라진다. 중반부 이후로 넘어가면 시선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칸과 칸의 오버랩이나 삽입칸, 다중노출들이 줄어든다. 독자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칸과 칸을 이어나간다. 연재에 들어간 긴 세월만큼 만화의 스타일도 변화하지만, 작품에 흐르는 내적 이상의 힘은 단단하다. 작가는 “내면엔 1980년대 초, 중반을 살던 20대의 내가 살아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내 가치관과 역사관”은 물론 “눈물나는 희망사항들!”이 담겨있다고 회고한다. 

‹북해의 별›은 18세기 유럽 대륙을 배경으로 가상의 국가 보드니아의 공화 혁명을 그린 만화다. 1752년 봄, 유리핀 멤피스가 열살이던 때에 1권이 시작해 1777년 8월 보드니아 공화국 설립으로 끝이 난다. 25년 동안 보드니아 왕국의 왕위는 퓨델 5세, 퓨델 6세에 이어 퓨델 보르티크 3세로 이어진다. 

​총리 악셀 화라 세력, 퓨델 6세의 러시아 출신 왕비 에카데리나 세력, 검찰총장인 잉게마르 버그만 세력 등 다양한 세력의 권력 투쟁이 어진다. 사랑, 배신, 음모 같은 여러 사건들이 마치 거대한 강처럼 굽이쳐 흐른다. 대하(大河) 역사만화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대하(大河)’라는 명칭은 로망 플뢰브(roman fleuve)의 번역어로 여러 인물들이 등장해 많은 사건이 중첩되어 거대한 강처럼 굽이치는 서사물을 부르는 명칭이다. 수십권에 이르는 역사소설이나 초장편 역사 드라마에 ‘대하’라는 용어를 헌사한다. ‹북해의 별›의 특징을 잘 설명하는 단어다. 

​1970년대 일본 여성 작가들은 ‹베르사이유의 장미›, ‹오르페우스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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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한국만화, 일본만화, 웹툰, 그래픽노블 등)를 좋아합니다. 보고, 연구하고, 글을 씁니다. 2020년부터 서울웹툰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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