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망생일지] 내 보조작가는 Chat GPT?!

토마토튀김
2024/01/15
"<빈 장롱>은 비평가들에게는 소설로 읽히고 독자들에게는 자전적 소설처럼 읽힐 겁니다. 물론 나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소설로 읽지 않았죠. 당시 나와 함께 살았던 내 어머니부터 시작해서 말입니다. 내가 어머니에게 가한 그 폭력 앞에서, 어머니는 아주 지혜롭게 그러나 또한 아주 순응적인 태도로 연기를 하셨어요. 모든 게 지어낸 허구인 양 행동하시더군요. 하지만 틀림없이 내 책 때문에 무척 괴로워하셨을 거예요."  - 아니 에르노 <칼 같은 글 쓰기> 중

<빈 장롱>(혹은 '빈 옷장')은 아니 에르노의 스무 살 무렵 낙태의 경험(자궁이 있는 자들의 불행이여!), 그리고 그 이전의 부모와의 관계, 부르주아 남성에게 버림받았던 경험 등이 빼곡히 적혀있는 소설(!)이다. 
읽고 있으면 마치 내 자궁이 아픈 것 같은 느낌, 윗배가 울렁거리는 느낌이 날 정도로 자기를 철처하게 파헤쳐 묘사했다. 그러나 이 글에서 우리가 주목할 곳은 이곳이다.

"물론 나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소설로 읽지 않았죠. (중략) 내가 어머니에게 가한 그 폭력 앞에서..."



어제도 오늘도 지금도 나는 나의 이야기를 가공해서 쓰고 있다. 

대화 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 또 당시에 떠올렸던 상상들까지 오롯이 뚝 떠와서 노트북 앞에 앉아 '다른 등장인물을 만들어내고 장소를 바꾸는 권리를 나 자신에게 주저 없이 부여'(<칼 같은 글쓰기> 중 나온 구절)하고 있다. 

참 멋지고 당당한 우리 모두의 권리다! 


이미 나는 예전에 발간된 내 책 때문에 딸하고 두어 차례 대판 댓거리를 치뤘다. 왜 자기 이야기를 허락도 받지 않고 함부로 썼냐는 것이다. 
엄마가 여기에서 치졸하게 변명을 하자면... 
아이랑 이야기를 나눌 때 보면 얘는 자기는 웃지도 않고 웃긴 얘기를 하는 것이 그렇게 귀여웠다. 그것도 귀에 쏙쏙 들어오게 말이다. 가끔씩 웃겨도 너무 웃겨서 포복절도하게도 만든다. 
나는 또 직업병이 발동해서 아주 어린 아이 때부터 그 얘기들을 놓치지 않고 메모장에 모아놓았고, 그것을 책으로 낸 것이 내 두 번째 에세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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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으며 글을 씁니다. 에세이집 <시나리오 쓰고 있네>, <아무 걱정 없이 오늘도 만두>, <어쩌다 태어났는데 엄마가 황서미>를 발간했습니다. 지금은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를 씁니다. 몰두하고 있습니다. 일 년 중 크리스마스를 제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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