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3)이제 그만, 착하지 않아도 괜찮아.

얼룩커
2022/01/17
그랬었다. 착한 아이여야만 했었다.

사고를 치는 언니들, 음주 운전이 습관이시던 아버지, 가난이 주는 서글픔, 치매를 앓고 계시던 할아버지, 자살을 시도하던 엄마.

어린 나는 이 모든 조건들이 불러들이던 두려움에 겁을 집어먹었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형태 없는 검은 존재가 늘 내 그림자로 둔갑해 나를 쫓아다녔다. 그 존재는 너무나 약삭빠르게 스며들어 스스로 인식했을 땐 이미 종잡을 수 없는 큰 공포로 변해있었다.

어린 나로선 엄마를 잃지 않기 위해, 우리를 유지하기 위해, 두려움이란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모님의 깨진 마음의 독에 계속하여 기쁨을 채워 넣어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명석하지도 않은 나는 억지스러운 우수 성적표를 만들어 내야 했고, 차녀임에도 장녀 노릇을 해야 했으며,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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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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