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마른 생각] 부끄러움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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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3
부끄러운 손을 내밀어 본다.

마음이 통하는 글솜씨가 있다. 마음을 온전히 담은 글은 마음을 통한다고들 하지만 나는 아직 그러하지 못하다. 마음을 온전히 담을 글솜씨가 없기 때문이다. 마음을 온전히 담는 글솜씨가 없다보니 늘 주위를 멤도는 메아리로 남는다. 그러한 부끄러움을 뒤로하고 지금 나는 또 그러한 글을 쓴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나에게 부끄러운 손을 내밀어 본다.

도덕성의 다른 이름인 부끄러움도 사회가 변화면 바뀌는 것인가?
나의 삶은 늘 부끄럽지만 요즘 공정과 상식이 상실되어가고 있음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음이 더 부끄럽다. 또한 그러한 것들을 바라보며 침묵하고 눈의 뚜껑을 닫아버린 이들도 한 없이 부끄럽다. 아니 쪽팔린다는 표현이 더 와 닿는다. 나의 부끄러움이 이렇듯 깊고 넓을 지언데 어찌 나 아닌 다른 사람의 부끄러움을 논하리오. 허나, 그 부끄러움으로 나의 부끄러움을 가리고자 하는 이러한 마음조차 부끄러울 따름. 

가로질러 가는 길이 있고 멀리 돌아가는 길이 있다. 그 길의 선택은 각자의 몫이라 했다. 그러니 부끄러움도 각자의 몫 이리라. 오늘 좋은 글을 보았다. 그래서 부끄러움에 대해 잠시 돌아보게 되었는지도.

세상에는 자신이 가진 크고 작은 권력을 이용해 사익을 탐하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이들은 안으로 향하는 부끄러움은 마음 한쪽 구석에 밀어 넣은 채, 그래도 밖으로 향하는 부끄러움이 걱정되어 다른 이들의 시선을 피하며 탐욕을 즐겨왔을 것이다. 본인 입장에서는 그저 운이 나빴다 생각하겠지만,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천만 다행히도 세간의 화젯거리가 되기도 한다. 가진 바 부끄러움을 느끼는 능력은 주목받았을 때 드러난다. 초자아의 양심에 따라 마땅한 책임을 기꺼이 지려할 수도 있고 당장의 불편한 현실을 피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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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파도속에서 표류하는 흔적을 건져 올립니다. 저는 표류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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