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자유주의와 관련해 플라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 어떤 문제가 어렵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노경호
노경호 · 연구자
2024/04/26
1. 이와 같은 어려운 문제들은 변증술적 문제라고 불린다.
나는 요앞전 글에서 성인 페스티벌과 같은 요상해괴망측한, 아니 그런 것을 포함해 누군가는 괜찮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모든 결정들을 다루는 데 있어 필요한 태도는, 그것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그것이 풀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라고 쓴 바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런 문제들을 가리켜 아리스토텔레스의 용어를 빌려 말하자면 바로 "변증술적 문제"라고 한다. 여기서 변증술은 "dialektike techne"에 해당하는 말인데, 헤겔의 변증법의 원조격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심오한 뜻보다는 사실 "dialegesthai", 즉 "(서로) 대화하다"라는 아주 일상적인 어휘에서 파생된 말로 이해해보면 좋을 것 같다. 말하자면 "대화하는 기술"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플라톤이 거기에 부여하는 존재론적, 인식론적 함의에 대해서는 제껴두고, 상식 선에서도 어느 정도는 이해 가능한 아리스토텔레스의 <토피카>에 대한 논의를 보면, 변증술적 문제란 엄밀하게 과학적이어서 증명의 대상인 문제와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가질 법한 통념, 혹은 소수의 명망있거나 지혜로운 사람들이 제기할 법한 역설적인 주장들, 그래서 그것의 부정도 옳다고 논증 가능하고 긍정도 옳다고 논증 가능한 그런 문제들을 말한다. 이런 문제들을 잘 다룸으로써, 아리스토텔레스는 그것이 지적 훈련이 되기도 하고, 다중과의 토론을 잘 수행하는 방법이 되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대립되는 양쪽의 입장에서 생겨난 난제를 풀어갈 수 있는 철학적 유용성을 갖기도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정의에 따르면 "성인 페스티벌을 허용해도 된다"는 "성인 페스티벌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라는 명제가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변증술적 문제이다. 왜냐하면 여기에 대한 찬반이 팽팽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 얼룩소에 이를 둘러싼 주장을 담은 두 개의 글(자유주의는 제멋대로 할 자유를 옹호하는 건가?'제멋대로 할 자유'는 옹호받아야 한다.)이 올라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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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고대철학과 정치철학을 공부합니다; 번역: <정치철학사>(공역, 도서출판길, 2021), <자유주의 이전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 2023); 신문 <뉴스토마토> 시론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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