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되지 못한 하늘빛으로.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3/09/04


경사면에 선 나는 부드럽게 굴러가는 나무 바퀴처럼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고 평지에 이를 때까지 굴러갈 것입니다.
 
빗물 고인 물웅덩이를 바라다보며 걷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면 물웅덩이가 나를 따라오는 건지 내가 물웅덩이를 따라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순간이 다가옵니다.
그 물웅덩이엔 하늘과 높은 건물에 솟은 피뢰침과 길가에 서 있는 사람과 신호등 불빛과 낮은 담을 가진 집들과 수많은 간판이 즐비합니다.
 
가을 아침의 산책 나갈 준비를 합니다. 옷을 갈아입고 발목을 휘감고 도는 모란을 들어오려 코 인사를 하고 몇 번 등을 쓰다듬으며 모란의 밥그릇을 확인하고 물 컵을 다시 채웁니다. 
 
거실을 돌아다니며 모란이 토해 놓은 헤어볼을 치우고 그 자리를 닦고 그제서야 올려다본 하늘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아직 결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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