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하는 거미를 위하여..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3/09/20
창밖이 밝아지지 않아서 아침인 건지도 모릅니다. 비가 왔나 보네요. 젖은 하늘이 뉘엿뉘엿 지는 걸 바라다보고 있습니다. 선풍기를 잠시 틀고 멍하니 앉아있다가 다시 홀린 듯이 물을 한잔 마시고 몸을 일으켜 세웁니다. 순간 손이 바닥에 닿을 만큼 늘어졌다가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무거워진 몸은 어느 요일쯤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나무 기둥과 기둥을 횡단하고 있던 거미를 봅니다. 아침에 거미를 보면 안개로 뒤덮인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어제는 허공을 종단하던 거미였고 오늘은 허공을 횡단하는 거미를 보았습니다.
by 적적

나무와 나무를 연결하는 허공을 투명하고 예리한 칼로 긋습니다. 그 잘려진 틈으로 집이 지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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