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들의 반란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12/08
* 롯순이 - 우리집 로봇청소기 이름
* 빵순이 - 우리집 제빵기 이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롯순이를 돌려본다. 벌써 롯순이가 쉬고 있는지 한 달이 훌쩍 넘었다.
멀쩡하게 청소 잘 하던 롯순이가 갑자기 물걸레질을 멈춘 건 그 보다 훨씬 더 전의 일이었다. 물이 통에 가득한데 바닥으로 물이 배출이 안돼 물걸레질을 멈추고  바닥 먼지들만 부지런히 빨아들이는 것이었다.
" 롯순아, 내가 너에게 바라는 건 물걸레질이야. 먼지나 찌꺼긴 다른 애들한테 맡겨도 돼. 제발 걸레질 좀 하면 안되겠니?" 애원했지만 롯순이는 더이상 걸레질은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아예 물통 자체를 교체를 해버렸다.
새 물통은 물이 팡팡 잘 나오다 못해 바닥이 흥건히 젖을 정도였다.
그래, 이 맛이지. 이렇게 걸레질을 잘해야 사랑받지.
그러나 흡족함은 단지 이틀을 넘기지 못했다. 이번엔 또 뭐가 불만인지 청소를 시작하자마자 움직임을 멈춰버렸다. 그리고 뭐라고 냅다 불만을 터뜨렸다. 뭐라는거야? 귀를 기울여 봤지만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롯순이 돌아가는 소음에 말소리가 함께 섞여 나오니 알아듣기 힘들 수 밖에.  레이더라는 소리만 어렴풋이 들렸다.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동작을 멈출 땐 레이더 센서에 이물질, 머리카락 같은게 끼면 그럴 수 있다는 소견들이 많았다.
레이더가 머리 꼭대기 한가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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