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는 서울대학교에 입학하면 안 되는가?

하헌기
2023/03/02
<더 글로리> 공식 포스터
드라마 <더글로리>가 화제였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입이 잘 되지 않았다. 설정상, 체제가 너무 붕괴된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은 피해자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보복이 두려워 부모나 교사에게 말도 못하고 당하는 케이스들이 흔하지 않던가? 여기서 더 나아가면 교사에게 이야기를 해도 학교가 시끄러워지는 게 우려되어 그냥 뭉개지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문제 해결의 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때 더 큰 비극이 발생한다.

<더 글로리>의 주인공 문동은은 극악한 학교폭력을 당하지만 무기력한 캐릭터는 아니다. 저항을 한다. 도움을 청할 부모는 없고, 교사도 자기 편이 아니지만 대신 경찰에 신고를 한다. 아무리 가해자 부모의 가까운 지인 중 경찰간부가 있다 하더라도, 피해자 몸에 저 정도 상해 증거가 있는데 입건조차 시키지 않는 게 말이 될까? 한국이 그 정도까지 시스템이 망가진 사회는 아니지. 그런 생각에 이입이 잘 안되었다.

시스템이 망가진 사회에선 개인이 각자 도생을 해야 한다. 가정도, 학교도, 심지어 국가조차도 본인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막아주지 않고, 가해자를 제재해주지도 않는 극단적인 사회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문동은은 사적 보복을 택하기로 한다. 그렇게 산 속에 들어가 끊임없는 수련 끝에 기공과 무림비급을 연마하고 배트걸이 되어 폭력을 되갚아 주자고 상상했지만 당연히 그럴 수 없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출세'다. 상류층이었던 가해자에게 가능한 가까이 접근하고 그들의 사회를 교란시키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어느 정도의 출세'였다. 가해자들이 아이를 맡길 학교의 교사 정도는 되어야 복수전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물론 판타지다. 압도적인 하류층 피해자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사회가 징벌하지 않는 기득권층의 가해자를 박살내는 판타지. 그리고 사람들이 <더 글로리>를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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