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없는 무한한 사랑. 치즈에게 배운다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4/15
현관문을 나설 땐 언제나, 바지 위에 얇은 바지 하나를 더 겹쳐 입고 나선다. 안 그랬다간 무차별적인 치즈의 격렬한 환영에 온통 옷을 다 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다리에 엉겨붙고 혀로 핧고...  하도 성가셔서 아예 현관 앞에 가느다란 막대기 하나를 준비해 놓고 문을 열자마자 휙휙 휘두르며 접근을 차단한다. 그래도 틈을 노려 달려들기 마련이다. 야단도 치고 진짜 가볍게 때려주기도 했지만 도통 먹히질 않는다. 저렇게 좋을까. 아니면 머리가 나쁜걸까.
누가 나를 저렇게까지 좋아하고 환영해 줄까.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못 달겨들게 하는 걸 멈췄다.
온 몸으로 열렬히, 정말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빙빙 돌고 뛰어오르는 걸 보며 얼마나 좋으면 이렇게까지 하나 싶어서다.
무엇이 강쥐들로 하여금 이토록 사람을 좋아하고 따르게 하는 것일까. 매일 밥을 주니까?  그럼 밥을 안 주는 남편은 왜 그리 좋아하는 건가.
강쥐들은 핏속에 사람을 좋아하는 DNA를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태어나는 것 같다.
한 번 주인이다 인정하면 구박을 해도 버려도 님 향한 일편단심은 가실 줄을 모르니 어쩜 그런 면이 강쥐를 더욱 사랑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누군가를 저토록 열렬히 사랑해 본 적이 있었던가.
내 성격상 내 모든 것을 다 바쳐 사람에게 몰입을 하게 되지는 않는다. 가족도 심지어 자식한테도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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