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된 중고차를 바꾸지 않는 이유

빅맥쎄트
빅맥쎄트 ·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먹은만큼 행복하다
2024/01/17
"최소 100만 원 이상은 생각하셔야 됩니다 고객님."

100만 원이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동안 잘 버텨왔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주행거리 20만 km를 넘긴 내 차는 수리가 필요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앞으로 차를 계속 타기 위해서는 더 이상 수리를 미룰 수 없었다.

작년 여름 나는 육아휴직 중이었고 복직을 위해서는 차가 필요했다. 월 110만 원 남짓한 고용보험 수당이 수입의 전부였던 나에게 다른 대안은 없었다. 최대한 불쌍한 표정과 간절한 목소리로 사장님에게 읍소하는 수밖에.

"어떻게 현금가로 할인 좀... 안 될까요?"

차를 바꾸고 싶다는 마음과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수리를 해야 한다는 마음이 서로 상충했다. 나와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크고 좋은 차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적인 여건을 감안했을 때 새 차를 구매하는 것은 좋은 판단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나랑 참 닮았다

첫 차는 중고 베르나였다. 수년간 전국을 누비며 달리고 또 달렸다. 잘 달리던 차는 주행거리 10만 km를 넘어서자 여기저기 삐그덕 대기 시작했다. 주행 중에 도로 한복판에서 차가 갑자기 멈춘 적도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인근 카센터로 향했다. 내 차를 가만히 들여다보던 사장님은 다짜고짜 화를 냈다. 

"위험하게 이런 차를 계속 끌고 댕기면 어짭니까!"

작별 인사를 할 겨를도 없이 첫 차와의 인연은 그렇게 끝이 났다. 두 번째가 지금의 차다. 역시나 중고였지만 첫 차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동급 대비 넓은 실내공간, 비록 내 기준이기는 하지만 안락한 승차감, 가솔린 차량치고 나쁘지 않은 연비까지. 

하지만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던 것일까. 20만 km를 달리며 나와 함께했던 녀석은 급속도로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사람으로 따지면 하체가 내려앉았고, 호흡기와 순환계통에 문제가 생겼다. 주요 부위의 뼈와 관절이 망가져 즉각적인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지금 당장 수리를 하던지, 버릴 생각을 하고 차를 운행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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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과 여호와를 경외함의 보응은 재물과 영광과 생명이니라 잠 22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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