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몸짓 속에서 나의 정체성이 느껴진 거야 이진아, 『네이션과 무용 -최승희의 민족 표상과 젠더 수행』 읽기(3)

썬
· 선천적 예민러, 프로불편러, 하고재비
2022/03/23
 주디스 버틀러는 젠더를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동일시 양식이라고 설명하며, 젠더는 무대 위에서 배우가 행하는 퍼포먼스처럼 언제나 행위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곧 젠더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문화와 사회라는 무대에서 주체가 ‘수행’하는 것이다. 일본 제국, 식민지 조선, 사회주의 북한이라는 네이션을 월경하며 최승희가 민족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상한 것처럼 그의 젠더 수행도 다채로웠다. 이진아는 ‘문화권력’ 개념으로 최승희라는 여성의 젠더 수행을 살펴본다.
  
 문화권력의 의미는 해방 이전/이후에 걸쳐 조선예술의 수용자이자 비평가 그리고 후원자로서 오랫동안 존재했던 남성 정치인과 문화 엘리트를 포괄적으로 지칭한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1930년대부터 1960년대에 걸쳐 제국주의와 민족주의, 사회주의 체제를 관통하면서 예술장 혹은 조선예술과 연관되었던 조선인/일본인 남성이 모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문화권력이라는 프레임은 식민지 출신의 여성 예술가를 응시하고 평가하며 담론화하는 이들의 시선과 언어에 대해 역사적인 맥락에서 연속적으로 고찰하기 위해 설정한 것이다.1)      

식민지 조선의 여성 무용수
 126호 「민족적인, 너무나 민족적인」에서 최승희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제국주의의 페티시즘, 이국취미, 오리엔탈리즘적인 것이 있다고 언급했다. 최승희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동안 모던댄스부터 민족성이 드러나는 향토적인 춤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그가 어떤 춤을 추는 최승희의 춤은 식민지 무용수의 춤이고 근대 제국와 비교하면 전근대적인, 다시 말해 식민지의 토속적이고 원시적인 춤이었다. 일본에서 최승희의 이러한 춤을 원한 것은 문화권력을 지닌 일본 제국이 그를 타자화시킬수록 권력을 공고히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승희가 수행한 젠더란 식민지의 서정성과 함께 원시적 에로티시즘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이진아는 이를 두고 ‘공적인 에로티시즘’이라고 명한다. 제국주의 시기 유럽에서 그리스·로마 신화를 모티프로 한 여성 누드화가 인기를 끌었던 것과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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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예민러, 프로불편러, 하고재비. '썬'을 이름으로 자주 쓴다. 특별히 잘하는 것은 없지만, 가만히 있기와 시키는 대로 하기는 특별히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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