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지면 습관처럼 욕조를 찾는다

이창
이창 · 쓰고 싶은 걸 씁니다.
2022/11/18

겹겹이 옷을 껴입었건만 차다 못해 시린 바람이 잘도 옷 사이를 뚫고 맨살을 찌를 때.
옷을 여미고 팔짱을 낀 채 멀지 않은 거리에도 그저 더 빠르게 발을 굴릴 때.
손가락이 얼어 도어락 버튼을 누르는 것조차 힘이 들 때.
추위에 떨며 들어간 집이 어두컴컴한 냉기로 채워져 있을 때.
외투를 옷걸이에 거는 손에 아직 찬 바람이 묻어 나올 때.

그럴 땐 습관처럼 욕조를 찾는다.

온기 품은 수증기가 뿌연 안개를 피워 낸다. 그 공간을 전부 채우진 못하더라도 충혈된 눈앞 아른거리는 별별 사념, 잡념들은 희고 투명하게 덮어씌울 만큼 충분하다. 반신욕보단 전신욕이 좋다. 가능하면 얼굴을 뺀 나머지 다 물속에 담는다. 탕에 들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몸에 붙은 더러운 것들을 씻어내는 의미 이상으로, 몸뚱어리 모든 샘을 열어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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