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반응으로 본 '저질 문학' 웹소설
0.올 하반기, 장안의 화제로 급부상했던 [재벌집 막내아들] 드라마가 종영했습니다.
원작만 대강 따라갔어도 보통은 했을 법한 시나리오를 꺾어버리고 자체적인 결말(그것도 개똥 같은 교훈을 안겨주겠다는 식의)을 내어 버린 드라마 작가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사람들은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반응하며 극도로 좋지 않은 반응이 쏟아지고 있지요.
1. 사실 이 자리에서 드라마의 전개가 원작과 얼마나 다르냐에 대한 성토를 늘어놓을 생각은 없습니다.
16부작밖에 안 되는 짧은 드라마 속에서, 거의 300화에 달하는 내용 전체의 절반만이라도 다 실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을 뿐더러 (아마 경제인의 경제활극을 그리는 영웅시대나 자이언트 쯤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소설의 작법과 드라마의 작법은 분명히 달라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설의 주된 소비층은 과거로 회귀 후 미래 지식과 냉철한 상황판단능력으로 잘나가는 주인공의 원맨쇼를 보면서 독자인 '나'를 진도준에 이입하는 남성들인 반면, 드라마 작가는 시장의 주 소비층인 여성 시청자들을 완전 배제할 수 없기에 소설에서는 (마지막에서의 활약을 제외하면) 철저한 주변인였던 '여성'의 비중과 로맨스 분량을 전격 부각하였던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다만 제가 문제삼고 싶은 부분은, 이렇게 시궁창에 쳐박은 결과물을 보면서 날아가야 할 비난이 온전히 드라마 작가에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인 '산경'에게도 일정 부분 날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재밌다고 하길레 원작 한번 읽어 봤는데 1화에서 못 버티고 접었다."
"문체도 유치하고 읽고 난 뒤 남는 것도 없는데 뭐하러 보냐?"
-방영 후 드라마 결말을 욕하는 커뮤니티 반응 中
멋준오빠의 행복공작소 님 // 하긴 어쨌든 웃고 있는 것은 산경 작가지요. 작가분 입장에선 사실 돈도 두둑히 받았겠다(...) 손해볼 게 없으니깐요. 링크주신 게시글들을 읽어보면 재미있는 상상이네요. ㅎㅎ
홈은 님 // 아뿔싸...! 김삼순, 커피프린스 둘 다 시청한 드라마들이고 심지어 원작 소설까지 사서 읽었는데... 심지어는 귀여니 소설들도 영화화된게 많죠. 제가 너무 웹소설의 범위를 '문피아/조아라 등의 투고 사이트에서 인기를 끈 장르소설' 따위로 협소하게 잡은 것은 아니었나 반성하게 됩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
루니 킴 님 // 소설을 쓰시면서 고민되시는 점이 무척 많으시겠죠. 현직자께서 말씀하시니 더 현장감이 생생한 느낌이 드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댓글 주신 분들 다들 감사합니다. 솔직히 홧김에 쓴 글이라 내용 전개도 어색하고 틀린 부분도 많았는데 너그러이 봐 주셔서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최성욱 님 // 제가 최근에 디즈니 영화를 많이 안 봐서 그런가, 디즈니에서 동성애 코드를 느껴 본 적은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목소리도 있는 모양이군요. 새로운 지식을 알아 갑니다. ㅎㅎ
퇴치1 님 // 개인적으로, 절대적으로 옳은 가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시대와 사회모습에 맞게 그 모습을 변형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 오히려 재미 우선이라는 제 생각이 누군가에게는 틀렸을 수도 있는 것이겠죠.
좋은 글이네요. 저도 웹소설을 쓰고 있다보니 더 공감도 갔구요ㅎ
그리고 저와 생각이 꼭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소설은 재미있어야한다!'
맞습니다. 영문학을 배우다보면 대중에게 히트한 글과 전문가들에게 히트한 글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상징, 은유, 가치에 너무 집중하다보면 이야기의 재미가 덜어지게 마련이라 평론가와 연구가들은 좋아하지만 대중의 인기에서는 멀어지고 반면, '재미'와 '감동'에 집중하고 이에 적절한 메시지 정도만 넣으면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게되죠!
전자는 윌리엄 포크너에 가깝고, 후자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에 가깝겠네요. 물론, 셰익스피어는 지식인들의 평가도 좋지만요 ㅎ.ㅎ
재벌집 막내아들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건, '원작의 재미; 주인공이 차근 차근 돈을 벌며 재산이 상승하며 점점 거부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의 기회를 제시하지 못한 것과 마지막 회차에서 원작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무리수를 둔 것'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마지막회에서 보여준 충격적인 반전 이후, 나름 이야기를 이어가며 '설득'하려한 점은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분히, 16화짜리 드라마라는 관점에서는 말이죠.
암튼,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완벽하게 틀린 부분만 정정하고 갈게요.
웹소설의 드라마화는 굉장히 역사가 깁니다.
내 이름은 김삼순 - 아마도 2005년…
커피프린스1호점 - 아마도 2006이나 2007…
…
생각보다 많은 드라마가 웹소설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왔습니다. 쟤들 다 공중파. 엄청난 시청률…… 로맨스 코메디지만 여성 시청자만으로 나올 시청률은 아니고요 ㅋ
이 중 지존(?)은 정은궐.
라이트노벨이지만 수준이 높아서 아무도 웹소설이라고 생각을 안 하는… 실제로 대형서점 스테디셀러로도 유명하고요.
작품은 검색해보시면 압니다. 너무 유명해서 웃으실지도 ㅋㅋㅋ
아이디어 하나로 뽕을 뽑으려 드는 세상입니다. 웹소설에서 웹툰/드라마/게임/영화/굿즈까지 시장을 넓히는 경우가 많아요.
웹소설 독자의 경험을 잘 녹여낸 비판, 잘 보았습니다. 좋은 글 앞으로도 많이 써주세요. ^^
이번에 엔딩 관련으로 다른 분 글에 댓글로 달아둔 내용을 여기에도 달아봅니다. ㅎ
===
<엔딩 관련 소견>
https://www.dogdrip.net/453342771
현재 웹상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엔딩 중 하나입니다. 진짜 딱 이 정도만 했어도 충분히 박수 쳐줄 만 한 엔딩이었다고 봅니다. 스토리의 기본은 연결고리인데, 떡밥 회수도 안 돼, 기존 내용마저 다 부숴버리는 전개 등 무엇을 위한 드라마였는지 이해가 도무지 안 되네요. 이번 드라마에서 엔딩은 작가가 기존 작품을 각색하는 능력조차도 없음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밖에 설명이 안 됩니다. 이게 한계라면 어쩔 수 없는 거겠죠.
이번 엔딩을 놓고, 기존 작가의 입장이 꽤 궁금해지는데요. 저는 왠지 해당 작가가 두 가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웹소설과 드라마는 아예 다른 장르로 받아들여서 장르 간 차이로 이해하고 넘어간다. 왜냐하면 드라마 엔딩을 망쳐버린 덕분에, 진짜 엔딩을 보기 위해 웹소설 유입이 늘 가능성이 커졌거든요.
https://www.fmkorea.com/5341702060
또 다른 하나는 말도 안 되는 이 엔딩을 놓고 작가 나름의 방식으로 비판한다. 현재 산경 작가가 내놓은 신작, [재벌집 천재감독] 내용 중 일부입니다. 대놓고 현재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있는 방식을 비판하고 있죠. 드라마 엔딩에 실망한 독자들이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고 싶어서 유입될 수 있을 겁니다.
즉, 해당 드라마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원작 작가 입장은 명확하고, 덕분에 원작 작가의 두 작품 모두 수입이 늘 것으로 추정되네요. 이 모든 게 마치 진도준이 만드는 방식처럼 우리 모두가 [원작자의 설계] 속에서 놀아나고 있는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정해 봅니다. ㅎㅎ
산경 작가가 송중기에 빙의되어, 꾸러기 웃음을 지으며 [재벌집 천재감독]을 쓰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가치의 문제인 거 같습니다. 저도 '재밌으면 그만'까지는 아니더라도 서사 예술의 기본은 재미라고 보니까요. 단지 그걸 극한까지 추구하다 보면 보편적 미감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찾게 되고, 과정에서 실험적 시도나 사회파적 경향, 모호한 은유와 상징 등이 가미되는 거구요. 문제는 말씀하신 것(특정한 교조적 원칙의 추종이라던가..)처럼 그 목적과 수반되는 부산물이 전치되는 경우겠죠.
문학은 아니지만 디즈니는 동성애를 은근히 미화하지만 사람들은 계속 보죠. 그런 것과 같은 맥락으로 들리네요.
다양성은 정의하기 어렵고 정의되면 그것도 한계에 갇히는 것 같아요.
뭐라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 입니다.
완벽하게 틀린 부분만 정정하고 갈게요.
웹소설의 드라마화는 굉장히 역사가 깁니다.
내 이름은 김삼순 - 아마도 2005년…
커피프린스1호점 - 아마도 2006이나 2007…
…
생각보다 많은 드라마가 웹소설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왔습니다. 쟤들 다 공중파. 엄청난 시청률…… 로맨스 코메디지만 여성 시청자만으로 나올 시청률은 아니고요 ㅋ
이 중 지존(?)은 정은궐.
라이트노벨이지만 수준이 높아서 아무도 웹소설이라고 생각을 안 하는… 실제로 대형서점 스테디셀러로도 유명하고요.
작품은 검색해보시면 압니다. 너무 유명해서 웃으실지도 ㅋㅋㅋ
아이디어 하나로 뽕을 뽑으려 드는 세상입니다. 웹소설에서 웹툰/드라마/게임/영화/굿즈까지 시장을 넓히는 경우가 많아요.
가치의 문제인 거 같습니다. 저도 '재밌으면 그만'까지는 아니더라도 서사 예술의 기본은 재미라고 보니까요. 단지 그걸 극한까지 추구하다 보면 보편적 미감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찾게 되고, 과정에서 실험적 시도나 사회파적 경향, 모호한 은유와 상징 등이 가미되는 거구요. 문제는 말씀하신 것(특정한 교조적 원칙의 추종이라던가..)처럼 그 목적과 수반되는 부산물이 전치되는 경우겠죠.
멋준오빠의 행복공작소 님 // 하긴 어쨌든 웃고 있는 것은 산경 작가지요. 작가분 입장에선 사실 돈도 두둑히 받았겠다(...) 손해볼 게 없으니깐요. 링크주신 게시글들을 읽어보면 재미있는 상상이네요. ㅎㅎ
홈은 님 // 아뿔싸...! 김삼순, 커피프린스 둘 다 시청한 드라마들이고 심지어 원작 소설까지 사서 읽었는데... 심지어는 귀여니 소설들도 영화화된게 많죠. 제가 너무 웹소설의 범위를 '문피아/조아라 등의 투고 사이트에서 인기를 끈 장르소설' 따위로 협소하게 잡은 것은 아니었나 반성하게 됩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
루니 킴 님 // 소설을 쓰시면서 고민되시는 점이 무척 많으시겠죠. 현직자께서 말씀하시니 더 현장감이 생생한 느낌이 드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웹소설 독자의 경험을 잘 녹여낸 비판, 잘 보았습니다. 좋은 글 앞으로도 많이 써주세요. ^^
이번에 엔딩 관련으로 다른 분 글에 댓글로 달아둔 내용을 여기에도 달아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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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관련 소견>
https://www.dogdrip.net/453342771
현재 웹상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엔딩 중 하나입니다. 진짜 딱 이 정도만 했어도 충분히 박수 쳐줄 만 한 엔딩이었다고 봅니다. 스토리의 기본은 연결고리인데, 떡밥 회수도 안 돼, 기존 내용마저 다 부숴버리는 전개 등 무엇을 위한 드라마였는지 이해가 도무지 안 되네요. 이번 드라마에서 엔딩은 작가가 기존 작품을 각색하는 능력조차도 없음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밖에 설명이 안 됩니다. 이게 한계라면 어쩔 수 없는 거겠죠.
이번 엔딩을 놓고, 기존 작가의 입장이 꽤 궁금해지는데요. 저는 왠지 해당 작가가 두 가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웹소설과 드라마는 아예 다른 장르로 받아들여서 장르 간 차이로 이해하고 넘어간다. 왜냐하면 드라마 엔딩을 망쳐버린 덕분에, 진짜 엔딩을 보기 위해 웹소설 유입이 늘 가능성이 커졌거든요.
https://www.fmkorea.com/5341702060
또 다른 하나는 말도 안 되는 이 엔딩을 놓고 작가 나름의 방식으로 비판한다. 현재 산경 작가가 내놓은 신작, [재벌집 천재감독] 내용 중 일부입니다. 대놓고 현재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있는 방식을 비판하고 있죠. 드라마 엔딩에 실망한 독자들이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고 싶어서 유입될 수 있을 겁니다.
즉, 해당 드라마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원작 작가 입장은 명확하고, 덕분에 원작 작가의 두 작품 모두 수입이 늘 것으로 추정되네요. 이 모든 게 마치 진도준이 만드는 방식처럼 우리 모두가 [원작자의 설계] 속에서 놀아나고 있는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정해 봅니다. ㅎㅎ
산경 작가가 송중기에 빙의되어, 꾸러기 웃음을 지으며 [재벌집 천재감독]을 쓰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문학은 아니지만 디즈니는 동성애를 은근히 미화하지만 사람들은 계속 보죠. 그런 것과 같은 맥락으로 들리네요.
다양성은 정의하기 어렵고 정의되면 그것도 한계에 갇히는 것 같아요.
뭐라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 입니다.
좋은 글이네요. 저도 웹소설을 쓰고 있다보니 더 공감도 갔구요ㅎ
그리고 저와 생각이 꼭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소설은 재미있어야한다!'
맞습니다. 영문학을 배우다보면 대중에게 히트한 글과 전문가들에게 히트한 글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상징, 은유, 가치에 너무 집중하다보면 이야기의 재미가 덜어지게 마련이라 평론가와 연구가들은 좋아하지만 대중의 인기에서는 멀어지고 반면, '재미'와 '감동'에 집중하고 이에 적절한 메시지 정도만 넣으면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게되죠!
전자는 윌리엄 포크너에 가깝고, 후자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에 가깝겠네요. 물론, 셰익스피어는 지식인들의 평가도 좋지만요 ㅎ.ㅎ
재벌집 막내아들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건, '원작의 재미; 주인공이 차근 차근 돈을 벌며 재산이 상승하며 점점 거부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의 기회를 제시하지 못한 것과 마지막 회차에서 원작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무리수를 둔 것'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마지막회에서 보여준 충격적인 반전 이후, 나름 이야기를 이어가며 '설득'하려한 점은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분히, 16화짜리 드라마라는 관점에서는 말이죠.
암튼,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