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3/05/27
엄마생각 - 한겨레신문
엄마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
.
엄마는 열무 삼십 단을 어떻게 머리에 이었을까요.
열 단, 이십 단도 아닌데요.
해가 시들어 방안은 점점 컴컴해지네요.
나는 등잔불 호야에 불을 붙이지도 못하고
배춧잎 같은 엄마 발소리 대신
빗소리를 들어요.
훌쩍거리는 내 눈물이
빗소리에 섞여요.

엄마는 어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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