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4
"아, 씨발."
정확히는 '뻐킹(fucking)'이라는 영어 단어였으나 뜻이 거의 '씨발'과 똑같으니 어느 나라 말로 하든 다를 건 없었다. 아이는 뭐 때문인지 끊임없이 어른들에게 뭔가를 졸라댔다.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앉아 제 할 일을 하던 S. 그녀가 그들이 앉아있던 저쪽 테이블을 향해 버럭 소리를 내지른 건, 나조차도 예측하지 못했던 한 순간이었다.
"야, 찡찡거리지 마!"
카페 안에 손님이 있던 테이블은 우리와 저쪽 둘 뿐이었다. 잠시간의 어색한 정적이 실내에 흘렀다. 이윽고 아이는 조용해졌다. S가 내게 말했다.
"애들이 부모 말은 안 들어도 남의 말은 듣지."
짐짓 태연한 척 뿌듯해하던 그녀의 모습이 생각난다. 내가 그 말을 듣고 어떤 표정을 지었으며 무슨 말로 대답했는지는 기억에 없다. 만약 지적하며 맞섰다면 그 자리에서 말싸움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그녀의 말과 행동에 동조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부끄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근 몇 년간 별로 해준 것도 없는 내게 무조건적인 애정과 관심을 보내주는 감사한 언니가 있다. 그녀는 얼마 전 첫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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