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절친이 노키즈존에 적극 찬성한다면

아나트만
아나트만 · 부지런한 사랑
2021/11/04
출처: Unsplash.com
그곳은 테이블마다 앤티크 풍의 미니 소파가 놓여있는 아담하고 조용한 개인 카페였다. 20대 중반이었던 나는 절친이던 S와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던 중이었다. 문이 열리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새로 들어왔다. 자리를 찾던 사람들 사이엔 예닐곱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한 명 있었다. 아이는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엄마에게 큰소리로 말을 걸었다. 옆에서 S가 들릴 듯 말 듯 내뱉었다.

"아, 씨발."

정확히는 '뻐킹(fucking)'이라는 영어 단어였으나 뜻이 거의 '씨발'과 똑같으니 어느 나라 말로 하든 다를 건 없었다. 아이는 뭐 때문인지 끊임없이 어른들에게 뭔가를 졸라댔다.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앉아 제 할 일을 하던 S. 그녀가 그들이 앉아있던 저쪽 테이블을 향해 버럭 소리를 내지른 건, 나조차도 예측하지 못했던 한 순간이었다.

"야, 찡찡거리지 마!"

카페 안에 손님이 있던 테이블은 우리와 저쪽 둘 뿐이었다. 잠시간의 어색한 정적이 실내에 흘렀다. 이윽고 아이는 조용해졌다. S가 내게 말했다.

"애들이 부모 말은 안 들어도 남의 말은 듣지."

짐짓 태연한 척 뿌듯해하던 그녀의 모습이 생각난다. 내가 그 말을 듣고 어떤 표정을 지었으며 무슨 말로 대답했는지는 기억에 없다. 만약 지적하며 맞섰다면 그 자리에서 말싸움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그녀의 말과 행동에 동조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부끄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근 몇 년간 별로 해준 것도 없는 내게 무조건적인 애정과 관심을 보내주는 감사한 언니가 있다. 그녀는 얼마 전 첫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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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의 인간과 인간 속의 세상을 탐구합니다. 작고 여린 것들에 대한 부지런한 사랑을 글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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